세제 혜택·인센티브도 없는데… 지역 기업 '밸류업' 시기상조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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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코스닥 상장사 대상
한국거래소 밸류업 설명회
공시·IR담당 인력 부족 등
지역 기업 불만 목소리 커

한국거래소 주최로 '2024년도 밸류업 공시 지원을 위한 지역 기업 설명회' 가 28일 부산 동구 부산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한국거래소 주최로 '2024년도 밸류업 공시 지원을 위한 지역 기업 설명회' 가 28일 부산 동구 부산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증시 밸류업 공시 제도가 지난 27일 시작된 뒤 처음으로 부산에서 설명회가 열렸다.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려는 부울경 상장사들이 대거 설명회에 참석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공시·IR 조직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밸류업 공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28일 오후 2시 부산 동구 부산역 KTX 회의실에서 부울경 코스닥 상장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밸류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밸류업 설명회는 지난 27일 상장사 밸류업 공시 제도가 시작된 뒤 첫 설명회다. 설명회에는 20여 곳의 부울경 상장 기업들이 참여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설명회에서는 5가지 종류의 가상 공시 작성 예시가 공개됐다. 밸류업 공시는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 △소통 등의 항목이 담겨야 한다. 발표에 나선 기업밸류업지원부 유시훈 차장은 “기존의 공시는 결정된 사실을 공시한다면, 미래 계획을 설명하니 기존 공시와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향후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를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것이 밸류업 공시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밸류업 공시 제도가 처음 시작된 뒤 ‘1호 공시’는 KB금융지주가 포문을 열었다. KB금융지주는 밸류업 공시 가능 첫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가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역 기업의 참여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주요 대기업들이 앞장서야 이를 기준으로 다른 기업들도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체 상장사 기준으로 금융권에서는 ‘1호 공시’가 나올 때까지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율 공시로 강제성이 없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없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올해 당장 공시에 나서는 기업이 예상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대기업에 비해 형편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중견·중소기업에서는 관련 인력 부족으로 공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중견·중소기업들은 관련 공시·IR 담당자가 2~3명에 불과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울산의 자동차부품 기업 IR 담당자는 “전문 회사에 컨설팅을 받거나 기존에 거래하는 회계법인에 의뢰를 해야할 지 고민 중이다”며 “별도 인력 투자를 할 만큼 인센티브가 낮아 주요 기업 공시를 본 뒤에 움직이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공시 교육, 컨설팅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지원부 관계자는 “기업·업종 특성별 특징을 반영한 분석 지표도 제시하고 공시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며 “하반기에는 밸류업 우수 사례 중심으로 한 공시 담당자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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