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사진, 위로와 힐링이 되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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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 리 슐만의 사진 컬렉션
빈티지 슬라이드 필름 80만 장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 표현
다양한 구성, 보는 재미 있어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인간이 가진 뛰어난 능력 중 하나가 공감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아픔을 같이 슬퍼하고 불의에 함께 분노하며 싸운 덕분에 인류는 수많은 사건 속에도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KT&G 상상마당 부산 5층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우리가 멈춰선 순간들’ 전시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광고·뮤직비디오 영상 디렉터이자 전시 큐레이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국인 리 슐만이 기획한 사진 전시이다.

전시에서 만나는 사진은 리 슐만이 촬영한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시의 모든 사진은 누가 촬영한 것인지 모른다. 리 슐만은 벼룩시장에서 칼라 필름 슬라이드 한 상자를 우연히 구매하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슬라이드 프레임을 들여다보며 자연스럽게 사진 속 일상의 모습들에 빠져들었고 미소가 나왔다.

“어릴 떄 온 가족이 거실에 앉아 부모님의 젊은 시절부터 가족 모습을 찍은 슬라이드 필름을 감상하곤 했죠. 영사기를 벽에 비춰 사진을 같이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벼룩 시장에서 구입한 사진에서 잊었던 그 때의 사랑이 떠올라 행복해지더군요.”


부산 전시장에서 만난 리 슐만. 김효정 기자 부산 전시장에서 만난 리 슐만. 김효정 기자
부산 전시장에서 만난 리 슐만. 김효정 기자 부산 전시장에서 만난 리 슐만. 김효정 기자

리 슐만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이 찍은 빈티지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모으기 시작했다. 벼룩시장을 비롯해 골동품 상점에서 구입하기도 했고, 사람들로부터 기증받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사진이 80만 장에 이른다. 사진들은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촬영되었고, 역사와 정치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닌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리 슐만은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아마추어 사진 컬렉션을 모았고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기 시작했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남긴 일상 속 특별한 순간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사진을 보면 피사체를 향한 애정 가득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당시만 해도 컬러 필름은 굉장히 비쌌기 때문에 특별히 남기고 싶었던 순간에만 촬영했죠. 그런데 그 특별한 순간이 사실은 어느 가족에게나 있는 일상이자 삶의 기록이더라고요. 그래서 관객들은 전시에서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 어릴 적 함께 했던 반려견, 자기 어린 시절도 떠올리게 된답니다.”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지난해 서울서 열린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전시는 15만 명이 몰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전시를 본 이들은 “우리 가족 이야기 같다” “우리 할머니 같다” “예전 추억이 떠오른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아날로그 사진의 감성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번 부산 전시에는 300여 점의 사진이 준비됐다. 단순히 벽에 거는 전시를 벗어 큰 조명판에 슬라이드 사진들을 뿌려두고 관객이 확대경으로 직접 사진을 보게 하거나 가정집 같은 구조물 안에서 슬라이드 영사기로 필름을 볼 수도 있다. 대형 벽화로 출력된 사진도 있다. 전시 중간에 리 슐만이 직접 쓴 일상의 행복에 대한 문장들이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전시 사진. KT&G 상상마당 부산 제공

리 슐만은 전시만 열었던 서울과 달리 이번 부산 전시에는 팬을 직접 만나기 위해 며칠씩 부산에 머무르며 전시를 준비했다. 작가와 대화시간도 가졌다. 서울에선 없었던 언론 인터뷰도 가졌다. 부산일보 기자와 만나자고 요청해 전시 뒷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기도 했다.

“80만 장의 사진 데이터베이스 중 매번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게 전시할 사진들을 선정합니다. 그런데 매번 메시지가 같다는 걸 느꼈습니다. 사람 사는 거 똑같다는 것, 주변을 살펴주고 괜찮냐고 물어보라는 말이죠. 저는 이 전시를 통해 관객과도 가족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전시는 9월 22일까지 열리며 유료 전시이다. 입장권 1만 5000원.


부산 전시장에서 관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리 슐만 모습. 김효정 기자 부산 전시장에서 관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리 슐만 모습. 김효정 기자

부산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는 리 슐만 모습. 김효정 기자 부산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는 리 슐만 모습. 김효정 기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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