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BIFF, 외국인 집행위원장 검토 필요”
28일 부산연구원 북콘서트에
김동호·강남주 등 원로 참석
부산 문화 발전 방안 등 조언
내년이면 출범 3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위해 외국인 집행위원장 선임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계 원로들은 자연환경, 문화유산 등 부산만의 고유한 강점을 살린 도시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산 등 영화제 운영을 담당하는 직책의 권한을 강화하고 해외파 집행위원장이 프로그래밍을 전담해 영화제를 이끈다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지난 28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열린 <부산, 과거의 창으로 미래를 말하다 2> 북콘서트에 참석한 김동호 전 BIFF 이사장은 외국인 집행위원장 기용을 제안했다. 해외의 다른 영화제에서 활동 중인 집행위원장이나 프로그래머를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연구원이 발간한 <부산, 과거의 창으로 미래를 말하다 2>는 김 전 이사장을 포함해 강남주 전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승효상 이로재 대표, 신정택 세운철강회장 등 각 분야 전문가 6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 전 이사장과 강 전 이사장이 참석해 영화와 문야 분야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전 이사장은 책과 대담을 통해 BIFF의 조직 슬림화, 영화제 방향성 정립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불거진 ‘BIFF 사태’를 계기로 영화제 방향성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영화산업이 활발한데 BIFF만의 특색을 잘 개발해야 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다”며 “BIFF가 운영 중인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도 도쿄, 토론토 등과 비교해 성과가 없다면 과감하게 없애고 영화제 자체에 집중하는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해외영화제에서 한국을 알린 봉준호, 홍상수, 이창동 등을 잇는 감독이 나오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영화인 양성프로그램을 확대해 실력 있는 감독들을 길러내고 공동 제작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협업을 강화한다면 아시아 영화계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외국인 집행위원장을 국내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볼 수 있는 기회이고, 만약 부담스럽다면 한국인 1명과 외국인 1명으로 공동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 온 강 전 이사장은 조선통신사 관련 시설 마련 등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는 전국에 분산되어 있고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장소가 아직 없다”며 “관련 자료를 한곳에 모아 연구할 수 있게 한다면 후손들이 선대의 문화적 인식이나 수준에 자극을 받고 문화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은 같은 아시아 국가지만 각각의 고유한 개별성이 있어 문화적으로 충돌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며 “갈등을 잘 조정하기 위해서는 만나서 의견을 나눌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이사장은 “올해 정부가 문화 예산을 대폭 삭감했는데 이건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벌인 일이라 생각한다. 정부나 부산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문화 발전에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부산은 바다라는 엄청난 자원을 가졌고 바다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많다. 영화제 뿐 아니라 각종 국제행사도 유치하고 해양개발에도 역점을 둔다면 부산이 더욱 활기찬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