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지 별자리 등대, 다시 하늘과 국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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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열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원장

밤하늘에는 별이 빛난다. 시간에 따른 별의 운행에는 일정한 방향이 있다. 옛사람들이 먼바다로 나아갈 때 별을 보고 뱃길을 잡았던 이유다. 그런 별자리를 바닷가 육지의 주요 길목인 곶과 섬에 옮겨 놓은 것이 등대이다. 어두운 밤바다 폭풍우를 지나온 선원들이 저 멀리 등대의 불빛을 보았을 때 그 안도와 환희의 감정을 상상해 보라! 그래서 등대는 희망이다. ‘등대지기’라는 노래에서 보듯 등대는 ‘사랑의 마음’이다.

희망과 사랑의 등대는 또한 자기만의 역사를 가진다. 식민지 쟁탈을 위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는 등대가 바다를 통한 제국 팽창의 첨병이자 바다를 통제하는 국가 권위의 상징이었다. 빛을 멀리 보내기 위한 기술개발의 각축이 치열했다. 당시 광학의 결정체인 ‘프레넬 렌즈’가 개발되고,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원조가 되었다.

뒤늦게 개항을 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등대는 1903년 건립된 인천 팔미도 등대다. 대한제국의 예산으로 세웠으나 기술은 일본인이 제공했다. 그 일본 기술자는 영국으로부터 원천기술을 배웠다. 로마의 지중해에서 영국과 미국의 대서양을 거쳐 한·중·일 3국의 태평양으로 옮겨온 조선업 중심지 이동의 역사를 똑 닮았다.

등대의 고객은 선박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다.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업에도 디지털화로 자율운항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선박은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이용한다. 전파가 곧 빛이다. 등대와 부표 등은 그 위치가 네트워크를 이룬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에서는 ‘스마트항로표지’를 개발하고 있다. 한 점 불빛으로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던 항로표지를 쌍방향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외국의 기술로 등대를 세웠던 우리가 이제는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의 기술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기술과 역사의 등대는 뛰어난 문화유산으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포항 호미곶에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 내에 있는 호미곶등대는 IALA로부터 2022년 ‘올해의 등대’로 선정되었다. 전국에는 수많은 등대가 있다. 부산 영도등대를 비롯한 9개소에는 등대해양문화공간을 조성하여 교육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주제별로 등대를 선정해 여권을 발행하고, 완주를 기념하는 ‘등대 스탬프투어’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의 노력으로 ‘등대 보존활용법’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제 등대와 그 주변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31일은 제29회 ‘바다의 날’이다. 1996년 기념일을 정할 때,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웠던 날인 5월 31일로 정했다. 그리고 오는 7월 1일은 ‘세계 등대의 날’이다. 2018년 우리나라가 IALA 총회를 개최할 때 제안을 해서 정한 날이며, 벌써 6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의 포럼과 기념식은 7월 2~3일 강릉에서 개최된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바다의 날을 맞이하여 해양강국을 위한 기술개발과 모든 국민이 바다의 풍요로움을 즐기는 해양문화 선진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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