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무한 복제와 소비의 네트워킹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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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서 'FEED'

조현서 'FEED'.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현서 'FEED'.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 및 소비되고 다시 재생산되어 확산되는 일종의 특정적 생각 혹은 시각적 유형 및 스타일을 우리는 ‘밈(meme)’이라고 칭한다. 정확히는 ‘인터넷 밈(Internet meme)’이라고 하며, 어떤 특정적 시각적 장면의 패러디물 형태로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확산, 소비되는 지속적 재생산의 창작물을 일컫는다. 사실 단어 ‘밈’은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1976)에서 처음 그 개념이 설명되었다. 공유 및 확산되는 문화적 산물 역시 유전자처럼 복제하는 역할을 하는 중간적 매개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까지 시각적 이미지, 동영상, 해시태그 등의 형태로 ‘짤방’, ‘짤’이라는 인터넷 꼬리표를 달고 지금도 어딘가에선 계속 만들어지고 퍼져 나가고 있다.

우리는 다양하고 수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콘텐츠화 하여 온라인에서 생산하고 공유하며 살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과 관련된 디지털 생산물들이 누군가에 의해 공유 혹은 재생산되고 다시 ‘소비’되어 버리는 연결(네트워킹)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작품 ‘FEED’(2024)는 우리를 둘러싼 디지털 환경의 시스템과 개인 정체성의 관계성을 다양한 매체로 시뮬레이션하는 작가의 시선이 특별하게 경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서 작가는 AI, 가상환경, 물리 엔진 등의 기술 융합을 통해 설치, 페인팅, 조각 등 감각하는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FEED’를 통해 우리는 일상이 되어버린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의 메커니즘과 무한히 반복 생산, 소비되는 데이터를 ‘실제’하는 물리적 감각을 통해 신체성을 부여하며 현실적 공간으로 끌어내어 ‘가상’이 아닌 ‘실체’의 경험으로 제시한다. 관객은 현장에 배치된 QR코드와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온라인 시각물을 생산하고 다양한 SNS 플랫폼의 메커니즘을 복제해 개발한 또 다른 유형의 SNS(Simulated Network Service)를 통해 인공지능의 실시간 데이터 재생산과 연관 혹은 유사 데이터의 게시물 생성 알고리즘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작품 ‘FEED’는 부산현대미술관이 올해 하반기에 개막하는 연례전 ‘2024 부산모카 플랫폼_ 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불확실한’ 창조 혹은 ‘완벽한’ 오류, 인공지능 예술의 감정적 교감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직관과 환기를 통해 기술 융합 현대미술 범주화 흐름에 대한 동시대적 담론과 조망을 다루며, 디지털 진화와 인간 예술의 창조적 공존과 확장에 대한 탐구는 기계적 예측성과 인간적 감수성 그 사이의 관람자적 시선과 경험을 제시한다.

조현서 작가는 아르코 예술과 기술 융합 지원, 아트센터 나비 창의인재사업, 베를린 glogauAIR레지던시, SK D&D 등의 지원을 받아 총 4번의 개인전과 다양한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다. 하상민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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