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3.4% 1년새 1%P 상승
카드론 등 돌려막다 벼랑 끝
2금융권도 신규 대출 자제해
개인사업자들 고금리 부담↑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붙은 개인회생 전문 법무법인 광고. 연합뉴스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이자율이 높은 대출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3.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일반은행의 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2월 말 2.5%에서 1년 만에 1%포인트(P)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2% 초반대로 오른 연체율은 하반기 2% 후반대로 점차 상승세를 나타냈고, 올해 들어서는 3% 선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하고 카드론 등으로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던 차주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1금융권은 지난해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들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 건전성 악화를 겪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101조 3777억 원으로, 1년 전(113억 1739억 원)보다 10% 이상 급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대출을 최대한으로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카드대출을 받고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체율이 3% 후반대로 올라서면 2003~2005년 카드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종전 최고치는 2005년 8월의 3.8%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만큼 취약 차주들의 연체가 올해 하반기까지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출로 연명해오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국내 5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1분기 말 1조 356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9870억 원)보다 3690억 원(37.4%)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대출 만기가 점차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