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홍보 캐릭터 ‘열풍’ 효과는 ‘글쎄’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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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무료 이모티콘 배포 유행
제작비 수천만 원 실효성 의문
시민 체감도 고려한 정책 필요

서구청 SNS 공식 캐릭터인 ‘천마니’ 이모티콘. 서구청 SNS 공식 캐릭터인 ‘천마니’ 이모티콘.
부산진구 호천마을을 상징하는 호랑이 캐릭터 ‘호천냥이’ 이모티콘. 부산진구 호천마을을 상징하는 호랑이 캐릭터 ‘호천냥이’ 이모티콘.

최근 부산 기초지자체들이 SNS를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나서면서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무료 이모티콘 제작·배포에 나서 눈길을 끈다. 구정 홍보에 효과적이며 시민 친근감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일회성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쳐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청은 오는 31일 서구 SNS 공식 캐릭터인 ‘천마니’ 이모티콘을 배포한다고 29일 밝혔다. 천마산을 소재로 한 유니콘 캐릭터 천마니는 움직이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16종으로 제작돼 배포된다. 서구청을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선착순 2만 7500명이 대상이며 사용 기한은 발급일로부터 30일이다. 서구는 향후 천마니를 소재로 한 키링이나 그립톡 등 관광 홍보 상품 개발과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캐릭터 무료 이모티콘 배포로 시작된 지자체 홍보사업이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캐릭터가 지자체 특색을 함축적으로 홍보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 공공기관의 굳어진 이미지 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모티콘을 통해 캐릭터에 대한 친숙함을 높이면, 지자체의 ‘소프트 파워’가 강화돼 주민들과 보다 부드러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영구는 2023년 광안대교와 광안리 백사장을 상징하는 캐릭터 ‘모리’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작해 무료 배포했다. 현재 수영구는 이모티콘을 추가로 제작해 배포하고, 모리가 출연하는 유튜브 시리즈를 통해 구정 소식을 알린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부산진구도 2022년 관광 명소 호천마을을 상징하는 호랑이 캐릭터 ‘호천냥이’ 이모티콘 3만 개를 무료 배포했다. 연제구상권활성화재단은 연제오방상권 사업 마스코트로 선보인 캐릭터 ‘온나꼼’ 이모티콘 2만 5000개를 무료 배포했다. 당시 10여 분 만에 모두 소진되는 등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부산 16개 구·군 대부분은 캐릭터를 활용한 홍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곳은 향후 여건에 따라 무료 이모티콘을 제작해 구정 홍보에 나서겠다는 의향도 보이고 있다.

다만 캐릭터를 활용한 무료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데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이 들어가는 점이 알려지면서 정책 실효성을 두고 의문도 나온다. 동명대 박권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단순히 좋아 보이는 소통 정책을 모방해 따라간다면 실제 시민들의 사용자 경험과 그에 따른 서비스의 질은 경시될 수 있다”며 “아무리 캐릭터 전성시대라지만, 지자체의 고유성과 시민들의 체감도 등을 면밀히 고려해 관련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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