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첫 재건축 사업 속도 내나···외동 주공 조합장 해임
조합원 재산상 손해 등 해임 사유 꼽아
비대위 “공사비 협상 후 7월 공사 재개”
법적 다툼에 공기 연장될 거란 예상도
조합, 현재 한 달 이자만 ‘5억 원’ 부담
공사 늦어지면 조합 분담금 크게 늘 듯
경남 김해지역 최초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외동주공재건축조합이 조합장을 해임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조합은 조속히 협상단을 꾸려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해결한 후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26일 김해시청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조합원 834명 중 서면결의서 포함 533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526명이 찬성했다. 이사 5명 중 3명도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이 결정됐다.
조합은 해임 사유로 불필요한 부동산 신탁등기와 부적합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계약 등을 꼽았다. 특히 석면사전조사·지구단위변경·측량·국공유지 무상양도·공사 도급·토지 보상 등 각종 업무 용역을 이중 계약해 조합원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총회 책자에 명시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동안 조합장을 믿고 일을 맡겨 오다 올해 초 시공사인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계기로 사업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며 “조합장이 조합원 재산 보호와 알권리 충족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돼 해임안을 상정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해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은 1988~1990년 준공된 아파트 21개 동 920세대를 철거하고 ‘김해 드메인 데시앙’ 1135세대를 짓는 김해지역 첫 재건축 사업이다. 조합은 2018년 9월 설립 인가를 받고 그해 12월 시공사를 태영건설로 선정했다.
당초 태영건설은 2027년 초 입주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15일 착공한 후 지난 1월 워크아웃 개시에 공사를 중단했다. 워크아웃 개시 전인 지난해 11월 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평당 446만 5000원에서 627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면서 조합원과 갈등을 빚어왔다.
공사비 협상이 5차까지 이어졌지만 계속된 조합원 반발에 진척이 없자 태영건설은 지난달 공사비를 평당 608만 원으로 낮춰 조합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은 향후 협상단을 꾸려 태영건설과 기존 공사비 수준에서 합의를 보고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존 평당 446만 5000원 대로 협의한 후 사업을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라며 “직무대행 체제로 7월 공사를 재개하고 이후 새 조합장을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태영건설 관계자는 “대표성을 띤 주체가 명확해져야 공사비 협상이 가능하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저런 말이 돌지만) 태영건설의 시공사 지위는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현재 조합은 한 달에 이자 5억 원을 감당하는 등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임된 조합장과 조합 간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면 공사 기간이 길어져 조합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해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기존 조합장이 총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며 “지금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조합이 선관위를 구성해 조합장과 이사를 선출하고 변경 인가 신청을 해오면 적법성을 따진 후 승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