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심·복성해의 가락… 일제강점기 음반 ‘보물’ 찾았다
1940년대 발매 추정 SP 앨범
음반수집가 박명규 선생 발견
복성해 목소리 담은 음반 희귀
일제강점기 시절 발매된 희귀한 국내 대중가요 음반이 부산의 한 대중음악 ‘덕후’에 의해 발견됐다. 1900년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해양 가요와 희귀 음반을 수집해 온 박명규(77) 한국해양대 명예교수는 부산 출신 가수 황금심의 목소리를 담은 일제강점기 음반을 최근 입수했다고 부산일보에 전했다.
박 교수가 발견한 앨범은 1940년대 발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SP판 앨범이다. 앞면에는 가수 황금심(1921~2001)의 ‘동로방천’이 뒷면에는 가수 복성해의 ‘슬픈 멜로디’가 수록됐다. SP판은 ‘Standard Playing Record’의 줄임말로 축음기에서 사용되던 음반을 일컫는다. LP판이 보급되기 전인 189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주로 사용됐다.
박 교수가 보유한 축음기에 음반을 집어넣자 축음기 특유의 틱틱 대는 소리와 함께 가수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황금심은 1921년 출생 당시 경상남도 동래군(현 부산 동래구)에서 태어나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가수다. ‘왜 못 오시나요’로 데뷔한 그녀는 1938년 발매한 ‘알뜰한 당신’ 등의 히트곡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비슷한 시점에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가수 복성해에 관한 자료는 거의 없는 상태다.
박 명예교수가 발견한 이번 앨범은 관련 기록이 거의 없는 가수 복성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옛 음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가수 황금심과 복성해가 작업한 이 음반을 찾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018년 작성된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복성해 씨의 아들이 이 음반을 애타게 찾고 있다. 그는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생전에 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 한다. 이 음반을 가지고 있으신 분은 음원 제공을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이 음반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기증할 의사가 있다”며 “사연의 주인공이거나 사연의 주인공을 아시는 분은 꼭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박 설계를 전공한 박 명예교수는 5000여 장의 레코드판을 보유한 한국 대중음악 수집가다. 그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대중가요 앨범 2000여 장에 더해 지난 40년간 3000장가량을 추가로 확보해 보관 중이다. 앞서 그는 가수 문주란의 ‘크리스틴 킬러’, 린다 김의 ‘깊은 정’ 등 구하기 힘든 음반을 여러 차례 찾아내기도 했다. 특히 그는 바다를 소재로 한 노래인 ‘해양 가요’를 전문으로 수집해 해양음악연구가로도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자신이 보유한 5000여 장의 음반을 추후 기증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예전부터 박물관 등 음반을 잘 보존할 수 있는 곳에 가진 자료를 모두 기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해양 가요를 포함해 부산과 우리나라의 역사가 녹아 있는 음반들은 역사적 가치가 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