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연동 아파트 60cm 단차 ‘황당 보행로’… 조합원 갈등에 보수 지연
버스 정류장 이전 두고 조합 내 갈등
두 보행로 잇는 계단 설치하기로 방향 선회
오는 8월 돼야 보행 불편 해소될 전망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설계 오류 탓에 층이 나눠진 두 개 보행로(부산일보 4월 17일 자 10면 보도)와 관련해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내 갈등으로 보수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져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애초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보행로 공사는 하반기로 연기됐다.
30일 대연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시공사 등에 따르면, 대연동 ‘더비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앞 보행로 보수 공사는 오는 8월 중순께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중으로 해결될 예정이었던 보행로 단차 문제가 3개월가량 늦어지면서 하반기나 돼야 보행 불편이 해소되는 것이다.
이 아파트 앞 보행로는 설계 오류 탓에 단차가 발생했다. 상가 앞 보행로와 일반 보행로의 단차가 60cm까지 벌어지면서 보행 불편을 초래했다. 차도 쪽 일반 보행로 폭은 법이 규정하는 1.5m에 한참 못 미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재건축조합 측은 차도 쪽 보행로 높이를 상가 보행로에 맞춰 평탄한 길을 만들기로 했다. 보행로 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차도 쪽 보행로에서 버스 탑승이 어렵게 되자 기존 버스 정류장은 50m 근방의 다른 위치로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계획은 상가 입주민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상가 측 조합원들은 버스 정류장 이전을 문제 삼으며 해당 계획을 거부했다. 상가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유동 인구의 동선이 바뀌어 가게들이 영업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 측 조합원 반발에 부딪혀 버스 정류장 이전과 관련한 논의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부산시도 버스 정류장 이전 검토를 보류하고 있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반대 민원이 접수되면서 지금 버스 정류장 이전 논의는 보류된 상태”이라며 “재건축조합에 반대 의견이 없도록 의견을 한데 모으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 조합은 차도 쪽 일반 보행로와 상가 보행로를 계단으로 잇는 방법을 새롭게 추진 중이다. 버스 정류장 이전이 필요 없는 덕분에 상가 측도 동의하는 방안이다.
다만, 계단이 포함된 설계 도안으로 다시 남구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재건축조합 측은 보행로 보수 공사와 설계 변경과 관련해서 남구청에게 허가를 받는 등 관련 행정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연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행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다음 달 중으로 착공이 가능할 것 같다”며 “보행 불편 이야기도 나오고, 상가 측에서도 빠른 보수 공사를 요구하기에 하루빨리 보행로 단차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