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문 열자마자 ‘극한 대치’…입법 독주-거부권 ‘도돌이표’ 예고
야권 개원 첫날인 30일 채 상병 특검법·한동훈 특검법 재발의 착수
국민의힘 “거부권 강력 건의…소속 의원 똘똘 뭉쳐 입법 폭주 막아야”
원구성 협상도 난항…민주당 7일까지 안 되면 단독 표결 ‘으름장’
예상대로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극한 대치’ 모드다. 4·10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심화되면서 범야권은 더 공격적으로 대여 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원 첫날인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원’ 내용을 담은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당론으로 채택, 곧바로 발의할 예정이다. 이번에 다시 발의하는 특검법은 특검 추천 권한을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수위가 더 강해졌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당시 공언한 대로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및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의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원 전원이 서명해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이 법안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대선 당시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자녀의 논문 대필 의혹 등을 특검이 수사토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또 민주유공자예우법, ‘방송3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가맹사업법 등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여야 합의 불발로 폐기된 법안들도 재발의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지난 국회에서 정부·여당에 의해 거부된 법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 채 해병 특검법을 끝까지 관철해내고, 민생회복지원금을 시작으로 민생위기 극복에 필요한 입법 조치를 최대한 조속히 진행하겠다”며 “개원 즉시 몽골 기병과 같은 자세로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대통령의 거부권 활용을 적극적으로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가 없다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없다”며 “여야 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강력히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이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충남 천안에서 개최한 22대 의원 워크숍의 최우선 강조점도 108명 의원의 ‘단일대오’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표결에서 ‘이탈표’를 최소화하는 게 당 지도부의 가장 큰 숙제가 된 셈이다.
추 원내대표는 “우리가 안 뭉치면 우리가 원하는 의정활동, 우리의 국정 운영이 한발도 제대로 나갈 수 없다. 이 정신을 절대 잊지 말자”며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독주, 뭉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 4년 내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던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여야 정면충돌이 고스란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여야 정쟁에 묻혀 폐기된 ‘K칩스법’(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늘리는 내용) 등 비쟁점 법안을 신속히 재발의할 방침이다.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정쟁용 법안’으로 규정하고, ‘민생 입법’으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재명 대표가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의 차등 지원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전 국민에게 주자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여야의 강경 기류 속에 총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법제사법위·운영위 위원장 배분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7일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 표결을 통해 원 구성을 마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