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의 골 때리는 기자] 오프사이드를 알아?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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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총괄부 기자

축구를 즐기는 여성만큼이나, 축구 경기를 즐겨보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는 처음으로 총 관중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배경에는 여성 관중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시즌 전체 관중의 47%가 여성인데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15%포인트(P) 늘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따른 축구 흥행과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한국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도 여성 팬을 모으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성 팬들이 현실에서 축구를 즐기기 어렵게 하는 편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여성 팬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듣는다. 축구 룰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질문은 단골 소재다. ‘오프사이드’가 보통 주 메뉴다.

축구 경기를 제대로 본 건 2년 전이었다. 친구들과 모여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중 유일한 여성인 나에게만 오프사이드 장면에서 ‘깃발을 왜 들었는지 아느냐’라는 질문을 들은 경험이 있다. 사실 남성들 중에서도 오프사이드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오프사이드는 정확히 잡아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판독 기계도 있을 정도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처음 접하는 스포츠에 대해 무지한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듣는 빈도는 여성이 더 많다는 점은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응원하는 팀에 얼마나 진심인지 검증해 보려는 질문들도 익숙하다. 팀을 응원하게 된 계기를 두고 특정 선수의 외모나, 유니폼 디자인 때문 아니냐며 떠보는 물음들이다. 기자는 손흥민 선수가 속한 토트넘 홋스퍼의 팬이다. 이 팀의 팬이 된 계기도 손흥민이다. 하지만 이 팀의 팬이라는 사실을 밝힐 때마다 ‘손흥민을 좋아하는 거냐 아니면 팀을 좋아하는 거냐’, ‘손흥민이 떠나면 토트넘 팬도 그만둘 거냐’는 취조에 가까운 질문을 듣는다. 마치 팬이 되는 계기에 정답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질문들은 나를 포함한, ‘축알못’들을 위축되게 만든다.

사실 어떤 팀의 팬이 되는 계기에 정답은 없다. 룰에 대한 부족한 이해도 초보자라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잣대는 여성 ‘축알못’들에게 더 엄격하다. 물론 경험적으로나 수치적으로나 일반적으로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축구 경기에는 관심 없이 특정 선수의 외모만을 추앙하며 다른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관객도 있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일반화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축구를 즐기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경기관람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입체적인 관심이 축구를 전반적으로 더 키울 수 있다. 여성 ‘축알못’들이 재밌게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우리가 더 상냥해질 수는 없을까.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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