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퇴색하는 대동제
5월이 가고 있다. 5월은 대학 축제를 품는 계절이다. 그 기원은 대동제(帶同祭)다. ‘대동’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함께 데리고 간다는 뜻. 여기에 추모하는 의식(祭)이 붙은 말이다. 낭만적인 행사였던 축제를 보다 생산적인 성격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형성된 건 1984년이었다.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학생들을 함께 기린다는 의미가 보태졌다. 1987년 무렵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런 대동제를 열었다. 대학에 따라 고유의 이름을 쓰기도 했지만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의 대동제(大同祭)를 쓰는 대학이 가장 많았다. 그때가 바로 연둣빛 푸름이 더 짙은 초록으로 이어지는 이즈음이었다.
대동제 때에는 다양한 동아리 공연과 전시, 놀이마당이 열렸다. 학문적 역량을 가늠하는 학술제와 음악으로 젊음을 발산하는 가요제도 매력적인 행사였으나, 학생 개인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추억의 공간으로 먹거리 장터를 빼놓기 힘들다. 학과별, 동아리별로 천막 치고 만든 노상 주점에서 지인들을 불러 함께 즐겼는데, 가족·친구·교수를 비롯해 지역 주민도 어울려 대동의 참뜻을 몸소 새겼다. 개인적 번민을 토로하는 이, 밤을 새워 시국을 논하는 무리, 숨은 장기를 뽐내는 사람 등등. 20대 청춘의 한때, 잠시나마 속내를 드러내고 한마음이 되는 시간이었으니, 이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1990년대 들어 대동제는 변화를 겪는다. 민속적, 정치적 색채가 옅어져 갔고 2000년대부터 대학들이 홍보 차원에서 유명 가수를 무대에 올리면서 상업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물론 매스컴의 영향 탓이 크다. 이제 대학 축제는 숫제 아이돌 그룹 섭외의 경연장이 돼 버렸다. 유명 가수 유치가 대학의 경쟁력으로 여겨진 지가 한참이다. 교내에는 ‘암표 전쟁’까지 벌어지고 학생증 양도, 신분증 대여도 성행 중이다. 이를 막으려 아예 외부인을 통제하거나 모바일 티켓 방식을 도입한 곳도 있는데 이 역시 씁쓸한 풍경이다.
지난 28일 부산대와 동의대 대학 축제에 걸그룹 뉴진스가 초대돼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한다. 22일엔 충남의 한 대학교 축제에서 걸그룹 오마이걸이 마신 물병이 장기 자랑 상품으로 학생들에게 나눠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쪽으론 극심한 상업성과 상품화, 또 한편으론 폐쇄성과 배타성을 보이는 이중성. 이게 요즘 대학 축제의 세태다. 대학은 사회의 오염을 막는 마지막 자존과 순수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 본연의 모습, 대동의 의미는 어디로 사라졌나.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