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위험 못 느끼다 훈련하니 경각심”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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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주민·학생·군경 등 4000명
고리원전 사고 가정 방재 훈련
30km 거리 강서체육공원 이동
“2년마다 훈련하니 대피 익숙해”

2024년 부산시 방사능 방재 합동훈련이 열린 30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에 마련된 구호소로 대피한 주민·학생 등이 피폭 검사를 받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4년 부산시 방사능 방재 합동훈련이 열린 30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에 마련된 구호소로 대피한 주민·학생 등이 피폭 검사를 받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방사능방재대책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금일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4호기에 사고가 발생해 09시 45분 부로 청색비상이 발령됐습니다.”

30일 오전 9시 45분, 수업 중이던 부산 기장군 장안중학교 교실에 청색비상 경보가 울렸다. 학생들은 책상 위 소지품을 서둘러 가방에 밀어 넣었다. 운동장에는 반별로 한 대씩 배정된 버스 18대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교 학생 400명이 버스에 올라타기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오전 10시, 학생 전원을 태운 버스는 30km 떨어진 강서구 강서체육공원으로 이동했다.

같은 시각 원자력발전소로부터 반경 5km 이내 위치한 기장군 길천마을, 월내마을, 임랑마을 등 21개 마을 골목에도 비상경보가 울려 퍼졌다. 오전 10시 30분,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적색비상이 울리자 주민 400여 명이 집결지로 사전에 지정된 버스정류장, 마을회관 등에 모였다. 미리 도착한 버스가 주민을 태우고 방사성 물질 비오염지구로 출발했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상황을 가정한 방사능 방재훈련이 30일 부산 전역에서 열렸다. 이날 훈련에는 군경, 부산소방재난본부 등 60개 기관과 주민, 학생, 공무원 등 총 4000여 명이 참여했다. 2년에 1번씩 열리는 합동훈련이다.

이날 기장군에 울려 퍼진 적색비상은 원자력시설의 최후 방벽이 손상될 때 발령된다. 원전 반경 4.5km에 놓여 있는 장안중학교나 5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 8500여 명 모두 실제 상황에서는 대피 대상이다.

기장군 주민과 학생 1000여 명을 태우고 40~50분 달린 버스는 방사능 오염검사를 거쳐 구호소로 지정된 강서구체육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주민과 학생들도 각각 방사능 오염검사를 거쳤다. 체육공원 안으로 들어온 주민과 학생들은 각각 이재민 등록 절차를 거쳐 바코드가 찍힌 손목밴드를 나눠 받았다. 식사 여부, 구호물품 지급 여부, 신상정보를 일괄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이날 훈련에서는 간이 텐트 20동만 설치했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가구 수에 따라 크기가 다른 텐트를 지급받게 된다. 오후 1시께, 주민복귀 명령이 떨어졌다. 오전부터 재난상황에 묶여있던 이들의 발도 풀렸다.

원전과 2km 떨어진 임랑마을의 박윤강 이장은 “평소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다 훈련을 할 때 비로소 경각심이 든다”며 “2년마다 1번씩 훈련을 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은 이미 ‘원전맨’ 수준으로 대피 훈련에 익숙해져 있는데 앞으로도 꾸준한 훈련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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