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 없애자 365일 영업… 강서구 상인들 ‘발칵’
날짜 지정 철회 1년 내내 영업 가능
소비자·대형마트 선택권 넓어 환영
중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반발
구 “시민·종사자 반응 모니터링”
다른 지자체는 평일 전환 분위기
부산 강서구청이 이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을 철회하자 365일 영업하는 준대규모점포가 생겼다.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지정하는 전국 대부분 지자체와 달리 사실상 의무휴업을 폐지한 것인데 이를 둘러싸고 반응도 엇갈린다. 소비자와 대형마트는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환영하는 반면 지역 상인들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30일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강서구는 이달부터 일요일 의무휴업일 지정을 철회하면서 별도 의무휴업을 지정하지 않았다. 사하구·동구·수영구는 의무휴업일을 이달부터 2·4째주 일요일에서 2·4째주 월요일로 변경했다. 영도구와 연제구는 평일 의무휴업 전환에 대해 고심 중이며 나머지 10개 구·군은 오는 7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생각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요일 등 평일로 전환하는 지자체와 달리 강서구는 마트 휴무일을 업장에서 알아서 결정하도록 규제를 푼 것이다. 사실상 부산에서 강서구만 월 2회 의무휴업이 폐지된 것인데 이에 따라 365일 영업을 하는 마트도 생겼다. 강서구 내 의무휴업 규제를 받아왔던 점포는 대형마트 1곳과 기업형슈퍼마켓(SSM) 11곳이다. 이 중 대형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직영 SSM들은 대부분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가맹점으로 운영되는 SSM 8곳은 평일에도 휴업일을 지정하지 않고 365일 영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상인들과 소비자, 의무휴업 지정이 철회된 마트의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을 다니는 소비자들은 주말에도 휴무 여부를 신경 쓰지 않고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365일 영업을 할 수 있는 준대형 점포도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반면 지역 상인들은 의무휴업 지정 철회로 매출 타격이 크다고 호소했다. 강서구에서 탑마트 365를 운영하는 김성준 씨는 “지역 개인 마트의 매출은 2·4째주 휴무일 기준 반토막이 났다. 개인 마트에 납품을 하는 지역 중소납품업자들의 매출 또한 떨어졌다”며 “주민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행한 의무휴업 지정 철회는 결국 대형마트 본사로 모든 이익이 간다. 자영업자 그리고 골목상권을 유지하는 소상인의 생존권을 뺏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달부터 365일 영업을 하게 된 SSM 관계자는 “가맹점은 본사와 수익도 나눠야 하는데 유통업계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선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다른 지자체들은 지역 상인 등을 고려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은 해도 지정 철회는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평일 전환 이후 아직 특별한 민원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강서구처럼 의무휴업 지정 철회까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중소상공인들과 마트 납품업자들은 강서구청의 의무휴업 지정 철회가 소상공인과 상생을 기본으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에 위반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김해강서생활용품유통사업조합과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등 강서구 내 중소형마트 업주와 소상공인 6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강서구 명제 국제신도시에서 집회를 열고 구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대형마트가 자율적으로 휴무를 알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이라며 “의무휴업 지정 철회로 시민 반응은 어떠한지, 일하시는 분들이 힘들지 않은지 상황을 잘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