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영화음악의 힘’ 보여준 모리코네 콘서트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1시 영화음악콘서트 첫 매진
부산자동차고 단체 관람 눈길
“낮에도 좋은 공연 많아지길”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11시 영화음악콘서트' 모습. 영화의전당 제공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11시 영화음악콘서트' 모습. 영화의전당 제공

오는 11월까지 영화의전당에서 매달 마지막 주에 진행하는 ‘11시 영화음악콘서트’ 올해 첫 ‘매진’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서정적 영화음악의 거장:엔니오 모리코네’ 콘서트에서였다. 조성우 영화음악감독이 호스트가 되어 진행한 지 세 번째 만이다. 부산자동차고등학교의 단체 관람 영향이 컸다.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3층 객석까지 꽉 찬 공간에서 영화음악 콘서트를 진행하는 조 감독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빠라빠라바~ ’하고 시작하는 영화 ‘석양의 무법자’(1966년 개봉) 주제곡이 클래식 편성으로 시작을 알렸다. 영화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이 연출했지만, 영화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았다. 조 감독은 “모리코네야말로 영화음악가라고 하는 직업 자체가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영화음악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이런 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모리코네는 2020년 세상을 떠났는데 약 500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었고, 그가 만든 영화음악은 전 세계적으로도 히트를 했다.

이어 조 감독이 준비한 음악은 영화 ‘시네마 천국’(1988년) 메인 테마 곡이었다. 조 감독은 “훌륭한 영화음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시네마 천국’을 예로 들겠다”면서 “영화 밖으로 나가서도 독립된 음악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훌륭한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다음 곡은 영화 ‘미션’(1986년)에 나오는 ‘가브리엘의 오보에’. 이 곡은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면서 더욱더 유명해졌다. 모리코네의 또 다른 곡 ‘러브 어페어’(1994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94년) 주제음악도 속속 연주됐다.

모리코네 특집이지만, 조 감독 자신이 작곡한 영화음악을 직접 피아노 연주와 함께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들려주기도 했다. 이때는 관련 영화 장면도 상영했다. 영화 장면 속 음악이 텅 빈 무대 위 공간에서 실제 연주될 때는 감흥이 남달랐다.

그러나 조 감독은 “영화음악은 보통 영화가 성공을 하면 음악도 많이 알려지는 편인데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음악이 잘 안 알려진다”며 영화음악가로서 짊어져야 하는 숙명에 대해서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영화음악을 하면서 제가 모리코네에게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그의 음악은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졌고, 영화 속 음악으로 영화 속에서 빛나지만, 영화 바깥에 나와서도 빛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 영화음악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연은 부산자동차고에서 단체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1학년 서현태 군은 “‘가브리엘의 오보에’ 연주가 특히 좋았다”며 “학교 음악 시간에 배운 적 있어서 더 반가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상호 교장은 “단체 관람은 시교육청의 ‘청소년 문화예술체험활동 지원’ 예산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학교가 자동차 등 기계를 만지는 학생들이어서 정서적인 부문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을 추천한 이소형(국어 교사) 부장은 “우리 학교는 부산 출신뿐 아니라 전국에서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영화의전당 자체를 처음 와 본 학생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수업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문화 체험 활동이라 낮이어야 하고 학생들이 찾는 데 큰 무리가 없어야 해 공연 한 편 보는 것 고르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낮에 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