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영화음악의 힘’ 보여준 모리코네 콘서트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11시 영화음악콘서트 첫 매진
부산자동차고 단체 관람 눈길
“낮에도 좋은 공연 많아지길”
오는 11월까지 영화의전당에서 매달 마지막 주에 진행하는 ‘11시 영화음악콘서트’ 올해 첫 ‘매진’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서정적 영화음악의 거장:엔니오 모리코네’ 콘서트에서였다. 조성우 영화음악감독이 호스트가 되어 진행한 지 세 번째 만이다. 부산자동차고등학교의 단체 관람 영향이 컸다.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3층 객석까지 꽉 찬 공간에서 영화음악 콘서트를 진행하는 조 감독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빠라빠라바~ ’하고 시작하는 영화 ‘석양의 무법자’(1966년 개봉) 주제곡이 클래식 편성으로 시작을 알렸다. 영화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이 연출했지만, 영화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았다. 조 감독은 “모리코네야말로 영화음악가라고 하는 직업 자체가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영화음악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이런 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모리코네는 2020년 세상을 떠났는데 약 500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었고, 그가 만든 영화음악은 전 세계적으로도 히트를 했다.
이어 조 감독이 준비한 음악은 영화 ‘시네마 천국’(1988년) 메인 테마 곡이었다. 조 감독은 “훌륭한 영화음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시네마 천국’을 예로 들겠다”면서 “영화 밖으로 나가서도 독립된 음악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훌륭한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다음 곡은 영화 ‘미션’(1986년)에 나오는 ‘가브리엘의 오보에’. 이 곡은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면서 더욱더 유명해졌다. 모리코네의 또 다른 곡 ‘러브 어페어’(1994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94년) 주제음악도 속속 연주됐다.
모리코네 특집이지만, 조 감독 자신이 작곡한 영화음악을 직접 피아노 연주와 함께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들려주기도 했다. 이때는 관련 영화 장면도 상영했다. 영화 장면 속 음악이 텅 빈 무대 위 공간에서 실제 연주될 때는 감흥이 남달랐다.
그러나 조 감독은 “영화음악은 보통 영화가 성공을 하면 음악도 많이 알려지는 편인데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음악이 잘 안 알려진다”며 영화음악가로서 짊어져야 하는 숙명에 대해서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영화음악을 하면서 제가 모리코네에게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그의 음악은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졌고, 영화 속 음악으로 영화 속에서 빛나지만, 영화 바깥에 나와서도 빛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 영화음악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연은 부산자동차고에서 단체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1학년 서현태 군은 “‘가브리엘의 오보에’ 연주가 특히 좋았다”며 “학교 음악 시간에 배운 적 있어서 더 반가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상호 교장은 “단체 관람은 시교육청의 ‘청소년 문화예술체험활동 지원’ 예산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학교가 자동차 등 기계를 만지는 학생들이어서 정서적인 부문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을 추천한 이소형(국어 교사) 부장은 “우리 학교는 부산 출신뿐 아니라 전국에서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영화의전당 자체를 처음 와 본 학생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수업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문화 체험 활동이라 낮이어야 하고 학생들이 찾는 데 큰 무리가 없어야 해 공연 한 편 보는 것 고르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낮에 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