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료만큼 중요한 암 재활, 허투루 안 된다
암 환자 수술·항암 이후 대처
전문 암 재활로 부작용 최소화 중요
영양·면역·통증관리로 재발 막아야
골절·척수마비 오기전 방사선 치료
암성통증 진통제로 적절히 조절
항암제 독성 2차 암 원인 되기도
면역치료 뛰어넘는 치료옵션 필요
암 재활 진료 패러다임 바꾸어야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국내 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은 72.1%로 보고된다. 진행성 암의 경우도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고 치료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암은 여전히 우리에겐 어려운 과제다.
암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항암 등의 표준치료를 받은 후에 집으로 돌아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영양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운동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등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게다가 구토, 변비, 설사, 통증, 탈모 등의 부작용도 환자 스스로가 맞서 견뎌야 한다.
대학병원에서 30여 년간 암 환자를 치료해 온 드림나라병원 정태식 병원장은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거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는 집에서 혼자 회복관리를 해야 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암재활병원에서 제공하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돌봄은 환자가 암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과 항암 부작용 관리
복강경, 흉강경, 로봇수술 등을 받은 경우 밖으로 보이는 상처는 작지만 내부 상처는 크기 때문에 완전히 치유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에는 음식 섭취에 주의하지 않으면 상처 부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수술 후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식사량이 줄고, 음식 섭취를 충분히 하더라도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진다. 적절한 영양소 공급은 빠른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영양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수술 후에는 죽부터 시작해 밥을 먹으면서 정상적인 생활로 나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천천히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특히 덤핑증후군을 막기 위해 밥을 먹고 바로 물을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배가 당겨서 허리가 굽는 경우가 많다. 후유증으로 한번 허리가 굽어 고착되면 평생 그 상태로 살아야 한다. 정태식 병원장은 “허리가 굽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항상 허리를 곧게 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한쪽 팔을 허리 뒤에 뒷짐을 지고 하루 30분 정도 걷기를 하면 자세교정에 큰 도움이 된다”며 자신만의 운동법을 소개했다.
항암 부작용은 오심, 구토, 변비, 설사, 탈모 등 아주 다양하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약으로 먼저 증상을 관리해 줘야 한다. 대개 항암치료 후에는 변비가 먼저 나타나고 얼마 후 설사를 한다. 소장이 항암제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맞게 변비와 설사를 예측하고 사전에 막아 줘야 한다. 설사의 경우 체력 소모가 많아 더 위험하다. 설사가 나타나면 수액을 공급해 전해질 교정을 해주면 좋다.
방사선 치료 후에는 화상이나 림프부종, 어깨 굳어짐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도수치료로 어깨 굳어짐 증상은 풀 수 있다.
정태식 병원장은 “기존 암재활병원이 주사제를 이용한 면역치료와 온열치료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술과 항암치료 후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실질적인 치료 옵션을 제시해 암재활병원의 진료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행성 암과 재발 암 관리
진행성 암과 재발이나 전이된 암은 세포독성 항암치료, 표적치료, 항암면역치료 등으로 항암치료를 한다. 이런 치료를 받지 못하면 머지않아 호스피스 단계로 가야 한다.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는 주요인은 첫째가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이고, 다음은 항암 부작용에 인체가 견디지 못하는 경우이다. 항암 내성은 암 자체에 의해 생기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인체가 견디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부작용을 줄여 주면서 암치료를 잘 받게 하면 된다.
진행된 암이나 재발 또는 전이된 암은 골절이나 척수마비가 돌발적으로 오는 경우가 흔하다. 골절이나 척수마비를 겪게 되면 그때부터는 침대생활을 해야 하고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정태식 병원장은 “항암 내성이 생기면 암이 갑자기 커지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골절이나 마비가 오기도 한다. 내성이 오는 시기를 빨리 예측해 위험성이 있는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해주면 골절이나 마비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통증 관리와 같은 부작용은 집에서 혼자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암성 통증은 진통제에 의해서 조절이 되지만, 단순 소염 진통제에서부터 마약성 진통제까지 다양한 진통제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뼈 전이 암으로 진행 되었을 때는 통증관리뿐만 아니라 골절이나 척수마비가 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보조적 암 치료로 고주파 온열암치료,고압산소치료, 도수치료 등을 추가할 수 있다. 고주파 온열암치료를 대학병원에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정태식 병원장은 “고주파 온열암치료는 일부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표준치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보조요법이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긍정적인 임상효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암 발생 관리
암에 걸려서 완치되었다고 해도 방심해선 안 된다. 다시 새로운 암에 걸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암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제2, 제3의 암을 가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암을 한번 앓았던 사람은 전혀 암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보다 위험 요인이 많기 때문에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환자 본인이 갖고 있는 위험요인 외에도 암을 치료받는 동안 치료 그 자체의 독성에 의해서 2차 암 발생 위험이 높다. 방사선 치료를 받을 경우에도 방사선 그 자체가 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2차 암 발생이 증가한다. 항암제의 독성 그 자체가 2차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태식 병원장은 “완치 가능성이 높다면 치료받는 동안 2차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루타치온이나 리포토신 등의 항산화제로 활성산소와 독소제거를 관리해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