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임플란트 적정 가격은 얼마?
박광제 부산시치과의사회 보험이사
6월 9일은 구강보건의 날이다. 첫 영구치 어금니가 나오는 시기인 6세의 ‘6’이라는 숫자와 어금니(구치·臼齒)의 ‘구’자를 숫자화해서 기념하고 있다.
영구치를 평생 잘 쓰면 좋겠지만 각종 질환들로 인해 발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최근에는 발치된 치아를 대체하는 여러가지 치료 방법 중 임플란트가 대중화됐다.
임플란트는 고가의 치료 방식이지만 치과에서 경쟁적인 가격 할인으로 불법 초저가 비용을 광고하는 곳까지 생겼다. 일반 시민들은 이런 광고를 보면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다니던 치과에서는 임플란트가 훨씬 고가인데 각종 SNS와 버스 광고판에는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단다. 몇 년째 다니던 치과 원장이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 같아 화가 나고 따지고 싶다.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싶고 뭔가 믿음이 가지 않기도 한다.
예전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애정남)’라는 코너가 있었다. 시청자의 사연 중 애매한 상황을 한방에 정리해 주는 코너였다. 지금도 이 코너가 있다면 묻고 싶어질 정도다. 도대체 임플란트의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요?
임플란트는 단순히 치아의 빈 곳을 채우고 돈을 받는 치료가 아니다. 6세부터 나기 시작한 32개의 영구치를 발치할지 말지부터 고민하고 치료 후 5년, 10년 뒤 구강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서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임플란트는 유지 관리가 필수적이다. 관리되지 않은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구강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재치료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환자 입장에서 고려해 보자. 저렴한 가격을 광고하는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 시 추가되는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병원도 비영리단체가 아닌 이상 수익이 나려면 같은 시간 내에 많은 개수의 임플란트를 심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시술한 임프란트의 사후 유지 관리는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임플란트는 환자의 전신 상태 파악, 구강 검진, 시술비, 보철 제작비, 사후 유지 관리비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여기에 치과의사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노하우까지 더해진다. 그런데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애정남이 아니어서 적정한 가격을 정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어떤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적어도 임플란트 가격을 드러내 놓고 광고하는 치과는 가지 말자. 그곳은 임플란트를 심는 개수에 집중할 것이다. 환자 입안에 임플란트를 심을지 말지, 심으면 앞으로 어떤 점이 좋아지고 대신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치과에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나의 구강 건강을 같이 책임져 줄 단골집 같은 치과가 여러분 곁에 있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