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 건축사 일감 확보와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 강미숙 부산건축사회장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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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건축사회 설립 후 첫 여성 회장
일거리 늘리고 지키기 핵심 공약
성별 떠나 회원들 권익 증진에 최선

사진=이재찬 기자 chan@ 사진=이재찬 기자 chan@

‘여자가 현장에 오면 재수가 없다.’

요즘이라면 상상도 못 할 망언이지만, 과거 건설업계 곳곳에서는 쉽게 나왔던 이야기다. 대한건축사협회 부산시건축사회 강미숙 회장은 이런 모진 말들을 삼켜 가며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했고, 지난 4월 제29대 신임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1965년 설립된 부산건축사회의 역대 회장은 모두 남성 건축사였다. 강 회장은 부산건축사회 설립 이후 배출된 첫 여성 회장이다. 강 회장은 “최초의 여성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영광스럽다. 회원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부분을 잘 살려 건축사회를 운영하겠다. 건축사를 대표하는 자리이니 만큼 성별을 떠나 회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제대로 제때 받기’와 ‘일거리를 늘리고 지키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10년간 평균 1000명 안팎의 건축사들이 전국에서 배출돼 왔다. 과거에는 100여 명 수준이었던 자격증 배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내 건축 관련 일감은 한정된 데 반해 건축사 숫자만 계속 늘어나다 보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저가 수주경쟁으로 실력이 우수한 건축사들이 오히려 일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강 회장은 “저가 수주로 설계된 건축물은 정상적인 설계를 거친 건물과 비교해 품질이 뛰어나기 힘들고 안전 관련 문제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단순히 건축사들의 일감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저가 수주 경쟁을 예방하기 위해 합당한 대가 기준 마련과 건축사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도출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한국건축규정의 이행 여부를 건축사가 검토하도록 제도가 변경돼 전자민원시스템 업무량이 크게 증가했다. 부산건축사회는 작성 대행 대가 기준을 자체적으로 연구해 만들었고, 이 기준이 정착하도록 다양한 형태로 홍보할 계획이다.

부산건축사회는 시민건축대학(어린이 건축한마당), 부산 최초의 건축영화제, 건축 민원 상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시작한 ‘건축사랑 프로젝트’는 다문화가정, 노숙자, 독거노인, 조손 가정,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어린이와 관련한 시설을 선정해 건축사들의 재능을 집중할 방침이다.

부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화두는 1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이다. 강 회장은 “신공항 개항과 함께 배후 지원시설 부지 등의 조성도 이뤄질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지역 건축사들이 적극 참여해 세계적 허브도시에 걸맞는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건축적 측면에서의 도시 발전을 위해 부산시 등 유관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건축이라는 공공재가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력은 매우 크고, 도시의 얼굴과 표정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회원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면 건축업계에 곧 봄날이 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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