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엑스포 무산 반전시킬 계기로
서방 편중 탈피 외교 지평 확대해야
제3세계 협력 한국 우호 세력 형성을
4~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를 상대로 처음으로 개최하는 다자 정상회의다. 2010년 개최된 ‘G20 서울 정상회의’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가운데 25개국 국왕·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초대장을 받은 정상 대부분이 실제 참석한 것은 국제 사회에서 사뭇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은 지난해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때 제3세계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래서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서방 강대국에 편중된 대외 관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외교 지평을 확대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유럽에 이어 중국은 오랜 기간 아프리카를 패권의 틀에서 접근했다. 이른바 ‘아프리카 쟁탈전’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동등한 협력 파트너다. 반세기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경험 사례는 훌륭한 교과서다. 새마을운동과 함께 최근에는 농업 기술 전수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아프리카 7개국에는 현지 기후와 토양에 맞게 개량된 통일벼 품종을 재배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첨단 산업 제조 강국이면서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국제 협력의 대상으로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한국이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대우건설이 잠비아와 보츠와나를 잇는 카중굴라 대교를 건설한 덕분에 두 나라의 물류 시간이 2주에서 2시간으로 단축된 사례를 아프리카 국가들은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원료 광물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자원 대국 아프리카와의 협력 필요성을 말해 준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강대국이 주최한 정상회의에 여러 번 참석했지만, 한국 회의가 가장 기대되고 성공적일 것으로 예감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류·협력이 상호 보완과 성장을 통한 발전으로 이어진다면 국제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중추 국가’는 정부의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다. 정부는 이번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영향을 주는 국가’이자 ‘이끄는 국가’라는 점을 대내외에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 무산도 따지고 보면 제3세계와 한국의 관계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뼈아픈 대목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한다면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태평양 연안, 카리브해 등 저개발 국가와의 교류·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정상회의가 남긴 교훈이자 성과는 서방 선진국 외에도 한국의 노선과 입장을 지지하는 제3세계 우호 세력 형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