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미래, AI 교과서] ‘좀 더 쉬운 문제 풀어 볼까?’AI 활용 수업 곧 열린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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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맞춤형 학습 도구 될까

세계 최초 AI 교과서 학교 현장 도입
내년 3월 초등 3·4, 중1, 고1에 보급
학생 수준 따라 예시문항 별도 제시
교사는 수업 질 높일 여유 갖게 돼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포천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박성은 담임 교사가 AI 글쓰기 지도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포천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박성은 담임 교사가 AI 글쓰기 지도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인공지능(AI)이 점차 학교 현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이미 사교육 시장에 불어닥친 AI를 활용한 학습 열풍이 공교육 영역에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2025년 3월부터 전면 도입되는 ‘AI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교실 풍경을 만들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수준별 교육’을 목표로 하는 AI 교과서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친절한 학습 도우미로, 교사에게는 훌륭한 수업 교재로 활용될지 교육계는 주목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1790억 원 규모의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 시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예산 중 4분의 1가량인 429억 원이 AI 교과서 관련 예산이었다. 전체 교원 2만 3200여 명에 대한 AI 교과서 연수 예산(210억 원)과 초등 3학년 대상 스마트 기기 보급 예산(219억 원)이 포함됐다. AI 교과서 도입과 활용을 위한 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는 셈이다. AI 교과서는 내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포천초등학교 6학년 한 학생이 태블릿PC에 글을 입력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포천초등학교 6학년 한 학생이 태블릿PC에 글을 입력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세계 첫 AI 디지털 교과서 전면 추진

교육부는 지난해 6월 AI 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 정책 목표를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학습 체제 전환’으로 잡았다. 기존의 일률적인 국정·검정 교과서에서 벗어나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AI 교과서를 도입한다. 교육부는 2025년에 초등 3·4학년과 중1, 고1부터 AI 교과서를 보급할 계획이다. AI 교과서는 2028년까지 국어·사회·과학 등 모든 교과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AI 교과서는 기존 종이로 된 교과서와 더불어 수업 교재로 활용된다. 국가 단위로 AI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나라는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AI 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각자에게 맞는 교과서를 태블릿PC로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부일초등학교 3학년 2반 친구인 유진, 미진, 수진은 학기 초에 같은 ‘수학 AI 교과서’를 태블릿PC로 받는다. 교과서 내 수학 문제를 모두 맞힌 유진에게는 좀 더 어려운 문제가 태블릿PC 화면에 뜬다. 몇 문제에서 오답을 써낸 미진의 태블릿에는 비슷한 수준의 수학 문제가 더 많이 제시된다. 대부분의 문제에서 오답을 낸 수진에게는 수학 개념을 단단히 다질 수 있는 조금 쉬운 문제가 태블릿PC에 제공된다. 세 명은 같은 교과서를 받았지만, 이후 과정과 결과는 달라지는 셈이다.

교사의 지도 방법도 크게 달라진다. 교사는 기존 국정·검정 교과서와 수업 보조 자료를 바탕으로 지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3학년 2반 담임 교사는 AI가 분석한 세 학생의 공부 이력과 결과를 바탕으로 각 학생이 잘하는 점과 부족한 점,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전달받게 된다.

■맞춤형 프로그램, 교육 현장 속속 도입

교육부는 내년 3월 AI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과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8월까지 AI 교과서 개발을 마치고, 오는 9월부터 현장 적합성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보유한 개념 이해 동영상 1300여 편과 평가 문항 9만 7000개를 민간 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 기업에 제공해 AI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로 만들어지도록 했다.

국내 초중고 현장에서는 아직 내년에 도입될 AI 교과서를 볼 수 없다. 다만, 일부 학교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교육 교재들이 점차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포천초등 6학년 3반 교실에서는 AI 글쓰기 지도 프로그램을 활용한 국어 수업이 진행됐다. 담임인 박성은 교사는 6학년 2반 학생 24명에게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조한 일화를 소개했다. 박 선생님은 각 학생에게 태블릿PC를 이용해 ‘정조가 되어 일기 쓰기’라는 과제를 냈다. 학생들은 태블릿PC로 250자 이내로 자기 생각을 입력했다. 전송 버튼을 누른 뒤 3~5초 뒤 각 학생의 태블릿PC에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동어 반복 횟수, 글 맥락 등을 분석한 평가 결과와 점수가 제시됐다. 학생들은 AI 프로그램이 분석한 결과를 읽은 뒤 곧장 자신의 글을 수정하고 재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은 글 수정 후 평가 점수가 높아진 것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뻐했다.

■수업 본질 강화 효과 기대

포천초등은 현재 글쓰기 지도 프로그램 외에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개발한 AI 활용 초등 수학수업 지원시스템인 ‘똑똑! 수학탐험대’를 비롯해 민간 에듀테크 기업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학생들의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박성은 교사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교사는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중요하지만, 수업 시간 40분 중에 모든 학생들의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꼼꼼히 살펴보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AI 프로그램으로 맞춤법 등을 지도하면서 좀 더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박 교사는 “AI 프로그램에 차곡차곡 저장된 학생별 글쓰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포천초등 조현식 수석교사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교육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수석교사는 “교과서 한 권에 의존한 평균적이고 획일적이었던 그동안의 교육에서 벗어나 각 학습자 수준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교사는 “각 학생에게 적합한 수준의 교육을 AI 기술로 활용해 구현한다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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