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 결제 주기 단축했는데… 한국은 '신중론'
지난달 T+2에서 T+1로 단축
국내는 시차 탓 하루 늦게 적용
당국, 부작용 우려에 관망 추세
향후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갈 듯
지난달 28일부터 미국이 주식시장 결제 주기를 ‘T+2일’에서 ‘T+1일’로 단축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국내 결제일 단축에 쏠린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는 국내 결제 주기 단축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을 시작으로 결제 주기 단축이 일어나면 국내도 이같은 흐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미국은 결제 주기를 하루 단축했다. 주식을 매도한 뒤 결제 대금이 들어오는 일자가 하루 단축된 것이다. T+2는 주식,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옵션 거래를 체결한 뒤 2영업일 뒤에 대금이 결제되는 제도를 말한다. 중복 상장 종목이 많은 캐나다와 멕시코도 함께 결제 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결제 주기가 기존의 매매 주문 체결 후 3영업일(T+3일)에서 2영업일(T+2일)로 앞당겨졌다. 국내 투자자의 결제 주기가 미국보다 하루 더 늦는 것은 시차 때문이다.
통상 거래소는 수많은 개인 간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한꺼번에 청산·결제한다. 미국이 1영업일을 앞당기는 것은 긴 결제 주기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과 대결을 벌인 ‘게임스톱 사태’ 당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는 돌연 매수 주문 제한 조치를 했다. 매매가 급증해 결제 담보 예탁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결제 기간이 길면 증권사는 일시적으로 더 많은 담보금을 보유해야 한다. 미국 금융당국은 예탁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고 지난달 28일부터 결제일이 앞당겨 진 것이다.
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은 국내 결제 주기 단축에 쏠린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신중론’이다. 국내 시장은 상·하한가 제도로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아 증권사의 증거금 부담이 높지 않다. 또한 결제일을 앞당길 경우 환전, 시차 등의 문제로 초래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함도 고려해야한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자본 시장 접근성 제고 방향과도 맞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결제 날짜를 당기기 위해서는 각 증권사를 포함해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 증권 시장 전반의 시스템 교체도 불가피해 현재까지는 현실적인 이득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인도만이 T+1일을 도입 중인 점도 당장 나설 명분을 약하게 한다.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 주식시장은 결제 주기를 T+2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42% 규모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주식 결제 주기를 단축함에 따라 우리 금융당국도 주기 단축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공매도 대책과 관련해 결제 주기 단축을 통해 공매도를 줄여 나가는 대안으로 결제 주기 단축이 일각에서 거론되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거래 일수가 줄어들어 대차 부담이 생겨 공매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역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럽까지 T+1로 따라가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