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고시 예정대로” 출구 못 찾는 의정 갈등 의협 “총파업 추진”
9~11월 의사 국가시험 실기
분기별 시행 검토설엔 선 그어
전공의 사직서 수리 적극 검토
4~7일 의사 총파업 온라인 투표
건강보험 수가 협상 결렬 탓도
정부가 올해 의사 국가고시(국시)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의대생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전공의 병원 집단 이탈로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의사 배출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생의 수업 참여를 촉구하면서 1년에 한 번 있는 의사 국시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 의대생 수업 참여 촉구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했다. 오는 9월 2일부터 11월 4일까지 총 39일간이다. 응시 원서 접수는 오는 7월 22~26일 진행된다.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자라면 국시에 응시할 수 있다.
문제는 올해 입학한 의대 신입생부터 4학년 졸업예정자 대부분이 수업 거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동맹휴학’을 주장하면서 휴학계를 냈지만, 각 대학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의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채워야 하는 수련 기간을 맞추지 못해 지금 상황이라면 전문의 배출에 큰 차질이 발생한다. 만약 의대생마저 수업 거부를 계속 이어간다면 의사 배출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날 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현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응시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뢰 보호를 위해 예년과 동일한 시기에 시험을 시행하고자 한다”면서 “현재 많은 의대생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데 의사로서 미래를 준비하는데 불이익이 없도록 수업에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전문의 자격시험과 함께 의사 국시를 분기별로 시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정부는 선을 그었다. 전 실장은 “시험을 치는 사람의 교육이나 졸업이 연 단위로 이뤄지고 있고, 의사 면허 시험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기술 종사자 시험이 연중 스케줄로 잡혀 있다”며 “의대생이 조기에 복귀하면 2월에 졸업하고 원래 스케줄대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정갈등이 교착상태로 계속되면서 정부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놓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상급종합병원장과의 복지부 비공개 간담회에서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는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의협, 총파업 투표 논의
의사단체는 여전히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총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번 주 중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의사 총파업’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긴급회의에서 4~7일 사이 온라인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일 전국 대표자 회의에서 총파업 시기나 방법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의협이 총파업 투표를 하기로 한 것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정책뿐만 아니라 최근 내년도 병원과 의원의 건강보험 수가 협상이 결렬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투표에 따라 총파업 여부가 결정되기는 하겠지만, 동력이 상당히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2020년 의정 갈등 때도 개원가의 집단 휴진 참여는 전국적으로 미진했다. 휴진을 하면 그만큼 하루 수익에 대한 손해를 개원의 개인이 전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자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에 대해 85.6%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의대 정원 증원 재검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반대가 65.3%로, 여론은 의사단체에 싸늘하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