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길 들어서고 새 회원 들어오고…‘맨발 도시 부산’ 속도 낸다
동구 등 원도심 중심 새 맨발 길 잇따라 개장
부산시설공단도 이달 대신공원 황톳길 준공
부산 맨발걷기 좋은 도시 선포식 열린 해운대
송림공원 황톳길 추진…‘이색 맨발 명소’ 부상
부산서 출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전국 관심
동호회 회원 급증…6월 광안리 편 관심 고조
‘맨발 도시’로 거듭나려는 부산이 단단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전용 보행로가 하나둘 생기며 집 주변에서 손쉽게 맨발걷기를 즐기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덩달아 맨발걷기 동호회 회원 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맨발걷기 좋은 도시 선포식’을 계기로 맨발 성지로 비상하는 부산의 양 날개가 활짝 펴지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9회 서울국제관광전. 행사 마지막 날 열린 시상식에서 부산 금정구가 최우수 마케팅상을 받았다. 현장 부스에 땅뫼산 황토숲길을 만들어 관람객이 체험하도록 한 것이 큰 호응을 받은 결과였다. 타 시·도에 비해 인프라가 뒤진다는 부산에서 맨발 길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수상한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부산이 맨발 도시로 명성을 쌓아 가는 데에는 지자체의 노력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 동구, 중구 등 중부산·서부산권 원도심을 중심으로 새 맨발 길이 하나둘 생기면서 주민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동구 구봉산에서는 지난달 9일 ‘황토 맨발 길’ 개장식이 열렸다. 구봉산 치유숲길에 들어선 이 길은 폭 1.5m, 길이 200m로, 신발 보관함과 세족장, 황토탕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동구는 같은 달 증산공원에도 140m 길이의 마사토 보행로를 완공한 데 이어 다음 달까지 부산진성공원과 수정1 배수지에 잇따라 맨발 보행로를 조성한다. 중구도 지난달 23일 복병산배수지에 맨발걷기 전용 황톳길 준공식을 갖고 주민에 개방했다.
부산시설공단도 힘을 보탠다. 공단은 이달 말 서구 대신공원에 100m 길이 황톳길 보행로를 준공한다. 부산시민공원과 금강공원에 이어 공단이 조성하는 세 번째 맨발 길이다. 권용현 부산시설공단 공원기획팀장은 “앞으로도 맨발 길 조성이 가능한 지역을 계속 발굴해 부산이 맨발걷기 좋은 도시로 발전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첫 이벤트가 진행된 해운대해수욕장에도 황톳길이 추가된다. 해운대구는 해운대 송림공원에 650m 길이의 황톳길을 조성하기로 하고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올 연말 개장 목표인 송림공원 황톳길에는 세족장 2곳도 함께 들어선다.
세족장 부족 문제가 제기됐던 해운대 해변에도 엘시티 소공원 쪽에 추가로 세족장이 조성된다. 해운대해수욕장엔 기존 3곳을 포함해 모두 4곳의 세족장이 마련돼 맨발족들의 편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맨발걷기 좋은 도시 선포식과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가 열린 후 해운대 해변 맨발족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송림공원 황톳길이 완성되면 해운대는 바닷길과 황톳길이 공존하는 '이색 맨발 길'로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인프라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주민을 위한 맨발걷기 행사로 열기를 이어간다. 당장 서구는 다음 달 1일 송도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해변 맨발걷기 행사를 열기로 하고 세부 계획을 마련 중이다.
맨발걷기 인프라 확산은 동호회 회원 증가라는 나비 효과도 부르고 있다.
해운대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에 단체로 참가했던 대한민국맨발학교 부산지회는 최근 회원 수가 배로 늘었다. 회원이 급증하면서 정기모임도 생겼다. 이번 달 모임은 두 번째 어싱 챌린지가 열리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갖는다. 현장에서 즉석 회원 가입도 받을 예정이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은 <부산일보>가 제공한 해운대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강연 영상에 영어 자막을 입혀 유튜브에 올리는 등 ‘맨발 도시 부산’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 회장은 “이달 광안리를 비롯해 내년까지 일곱 차례 열리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에 전국 회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한편, 맨발걷기 인프라 확충 과정에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명솔 대한민국맨발학교 부산지회장은 “새 맨발 길이 늘어나는 건 반갑다”면서도 “부산시가 지자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