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농성했다고 재판 간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 지난해 5월 광안대교 올라 시위
검찰, 시설공단 업무 방해 혐의 징역 1년 구형
변호인 “경찰 사주로 고발까지 이르러”
부산 광안대교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에 대해 검찰이 부산시설공단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징역형을 구형했다. 최 씨 측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1인 시위로 오히려 경찰이 공단에 고발을 사주해 재판까지 받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5단독 문경훈 판사는 4일 업무방해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최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인 점은 검찰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피고인이 거의 하루 종일 다리 위에서 위력을 행사하며 부산시설공단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5시 20분부터 약 12시간 동안 광안대교 상판 주탑을 지탱하는 장치 위에 올라간 후 공단 직원 A 씨에게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과 면담하게 해 달라”며 다리서 뛰어내릴 것처럼 위협하며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는다.
광안대교를 통행하거나 주탑 위에 올랐다고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국가 폭력 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농성을 시작한 최 씨는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찾아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겠다고 약속하면서 농성을 중단했다.
변호인은 최 씨의 행동으로 공단에 실질적인 업무 방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공단 자발적으로 고발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경찰의 사주로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동행 이현우 변호사는 “당시 공단 직원은 최 씨가 다리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한 발언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법정에서 여러 차례 발언을 번복했고, 심지어 경찰이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를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며 “최 씨는 검찰의 공소 사실처럼 공단 직원을 협박하거나 위력을 표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최 씨는 최후 변론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로서 국가와 부산시에 최소한의 인간 권리를 말했다. 당시 경찰과 부시장 등이 농성을 풀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가와 부산시, 경찰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찰이 있을 때까지 행동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 씨는 2020년 형제복지원 관련 국회 천막 농성으로 과거사법을 통과시킨 주역이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82년 하굣길에 파출소에 붙잡혀 형제복지원으로 이송됐으며, 3년 뒤 동생 재우 씨도 오락실에 있다가 끌려왔다. 이후 아들들을 찾던 부친이 형제복지원을 방문하면서 두 사람은 풀려났으나, 동생은 2009년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공판 직후 최 씨는 “과거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2년간 천막 농성, 국회 의원회관 현관 지붕에서 고공 농성 등을 했지만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