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人)스타] “자율운항 기술 공유 플랫폼 박차… 전문 인력 양성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홍기용 소장
올해 목표로 K-GTB 진수 꼽아
핵심 시설 부산 심해공학수조
슬롯 부족할 정도로 수요 넘쳐
"글로벌 해양기관과 연구 협력”
“우리 연구소는 우리나라 최초로 고정·이동식 전원공급장치 기반의 전기추진 차도선을 개발해 실증운항을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 말까지 전기추진 시스템과 차도선에 대한 성능 검증을 마치고 상용화에 나설 예정입니다. 올해 중대 목표는 다양한 친환경 대체연료를 실증하기 위해 고안된 세계 최초 2600t(톤)급 ‘친환경 대체연료 해상테스트베드(K-GTB)’의 진수입니다.”
홍기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은 4일 대전 유성구 KRISO 본소에서 진행된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역점사업으로 ‘친환경 선박 핵심기술 개발’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소장은 “KRISO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면서 “선형시험수조, 심해공학수조 등의 연구시설과 우수 연구 인력을 기반으로 선박해양플랜트 분야의 원천·실용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51주년을 맞는 KRISO는 국내 유일의 선박해양공학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해양플랜트, 해양에너지, 해양안전·환경, 해양시스템 등의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며, 조선해양 분야의 국제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임기 중반을 맞은 홍 소장은 남은 임기 동안 KRISO 대전 본소에 구축 중인 ‘선박해양 디지털트윈센터’와 목포에 건설 중인 친환경연료추진센터의 조기 안정화에 힘쓸 예정이다. 각각 올해 말과 내년 중반께 완공 예정이다.
선박해양 디지털트윈센터 사업은 50년 동안 축적된 KRISO의 모든 연구 성과를 한데 집적시키고 핵심기술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외부기관에서 KRISO가 보유한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하고 오픈플랫폼 형태로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RISO가 개발한 대표 디지털 서비스 기술은 자율운항 선박, e-내비게이션, 항만 최적화 등이다.
홍 소장은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홍 소장은 “올해 하반기 제주에서 부유식 해상풍력과 파력발전을 연계한 수소 생산 실증플랫폼을 설치할 계획이며, 해양플랜트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e-메탄올 에너지 생산기술 개발에도 착수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KRISO의 핵심 시설로 부산 심해공학연구센터, 울산 자율운항선박실증연구센터 등을 꼽았다. 부산 심해공학연구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심해공학 수조를 보유하고 있다. 길이 100m ,폭 50m , 수심 15m인 초대형 수조다.
홍 소장은 “부산 심해공학수조에서 선박, 해양플랜트, 해상풍력 등의 실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성능평가와 관련해 가장 우수한 시설”이라면서 “대기업의 해양플랜트 건조와 관련된 여러 실험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슬롯(실험일정)이 없어서 실험을 못 할 정도로 굉장히 바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해양연구기관인 노르웨이 해양과학기술연구원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여러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RISO는 지난해 울산 고늘지구에 구축한 자율운항선박실증연구센터를 통해 자율운항 선박의 핵심기술 실증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 소장은 “현재 센터는 자율운항 선박 시험선인 ‘해양누리호’를 활용해 기술을 검증하고 있으며, 향후 기술 실용화에도 앞장설 것”이라면서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하는 18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분)급 컨테이너선의 자율운항선박 시스템 성능 실증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율운항선박은 ‘레벨4’가 완전 자율운항 단계라면, 현재 실증사업은 ‘레벨3’ 단계다. 기본적으로 자율운항을 적용하되, 문제가 될 때 사람이 개입해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향후 산업계 전문 인력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일 예정이다.
홍 소장은 “조선해양 분야에 대한 미래 세대의 관심을 유도하고, 해양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RISO가 진행한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미래인재 양성 교육에는 지난해 울산 현대공업고등학교, 부산 해사고에서 약 80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친김에 올해부터는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에 구축된 연구장비를 활용한 기술실습 위주의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요즘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등에 적용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홍 소장은 “앞으로 SMR이 선박이나 해양플랜트에 중요하고, 기술적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연구소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연료의 궁극적 목표지향점 중 하나가 SMR이다. 특히 ‘MSR(용융염원자로) 원천기술개발’이라고 하는 SMR 과제가 작년에 해양수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부처 협업사업으로 시작됐는데, 원자력연구원과 KRISO 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홍 소장은 “연구사업의 확산, 특히 기업 입장에서 신기술을 선점하려면 국제표준으로 우리 기술들이 먼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며 “그래서 우리 연구소가 최근 IMO 활동을 확대하고 조직도 확대했다. 유럽 거점인 유럽 사무소도 열 계획이다. 국제기구 중심의 연구소의 역할 확대를 통한 글로벌 위상 제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