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사업 예타’, 전문가 사전 검토제로 대체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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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사업 예타 폐지’ 후속방안 확정
연구형 R&D는 10월 일괄 사전검토
시설·체계사업은 기본계획·추진계획 심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폐지 후속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폐지 후속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연구개발(R&D) 분야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폐지하는 대신 사업을 민간 전문가가 사전 검토하고, 부처가 이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는 체계로 바꾸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예타는 대규모 국가재정 투자 전 사전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R&D 사업의 경우 신속성이 필요함에도 기획부터 예타 통과까지 평균 3년 이상이 걸리는 등 예타 제도가 R&D 특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달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사업의 예타 폐지 방침을 확정했다.

방안에 따르면 1000억 원 미만의 모든 신규 R&D 사업은 일반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따라서 500억~1000억 원 미만 규모의 신규사업 착수는 예타 폐지 전보다 약 2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R&D 사업 투자·관리방향. 과기정통부 제공 대형 R&D 사업 투자·관리방향. 과기정통부 제공

1000억 원 이상 사업 중 연구형 R&D 사업은 매해 10월에 사업추진계획을 미리 받아 민간 전문가 중심 사전 전문 검토를 실시하고 부처는 검토 결과를 토대로 지출 한도 내로 사업을 꾸려 예산을 요구하는 체제로 운영한다.

사전검토는 필요성과 시급성, 규모 적정성, 구체성, 중복 여부 등을 평가하며, 예타처럼 당락을 통보하지 않고 보완 방향을 이듬해 3월 각 부처로 통보한다.

입자가속기와 같은 대형 연구시설 구축이나 위성 내지 발사체를 만드는 체계개발사업은 높은 기술이 요구되고 사업관리 난도도 높은 만큼 두 단계에 걸쳐 상시 심사한다. 우선 추진 필요성을 검토해 구축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계획심사를 하고, 이후 사업 준비 정도를 검토해 사업 착수 여부와 예산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추진계획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들 사업은 대규모 예산 투자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선행기술개발을 기본계획 수립 전에도 별도 연구형 R&D로 나눠 먼저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난도가 높지 않은 단순한 연구장비 도입이나 공간 조성사업은 기본계획 심사만 진행한다.

각 부처는 이들 심사 결과 통보에 따라 4월 말까지 모든 R&D 사업을 지출 한도 내에서 부처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 조정해 예산에 반영하게 된다.

사전 검토는 예타와 달리 강제성이 없는 만큼 부처가 예산을 재량으로 편성해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기재부는 예산 심의 단계에서 사업 수행 건전성을 점검하고, 수행 중에도 문제가 발견되면 특정평가 등을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거나 종료시키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와 협의가 필수다. 우선 R&D 예타 폐지를 위해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하고, 심사제도를 운용하려면 국가연구개발혁신법도 개정해야 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국회에서 초당적인 지원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법 개정 전에는 패스트트랙, 혁신·도전형 R&D 사업 예타 면제범위 확대 등을 통해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R&D 사업이 신속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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