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쇠 스틱 폭죽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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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폭죽은 기원전 중국에서 시작됐다. 정월 초하루가 시작하자마자 폭죽을 쏘아 댄다. 요란한 소리를 통해 액운을 날리고 악귀를 쫓는 문화, 낡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행운이 깃들기를 소망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화약 발명 이전부터 물에 젖은 대나무를 불에 달궈 튀게 한 것이 폭죽이었다. 9세기 화약이 발명되면서 대나무를 대체했다. 1264년 남송의 황제 이종이 죽은 뒤 열린 행사에선 “불꽃놀이가 태후를 놀라게 했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한반도에는 12~13세기부터 폭죽을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시대 문신 이규보(1169~1241)가 섣달그믐에 폭죽을 터뜨리며 노는 것을 보고 시를 지은 것이 대표적이다. 1377년 고려 우왕 때 화약과 화기의 제조를 담당하는 관청인 화통도감이 설치됐고 궁중에서 불꽃놀이인 ‘화산희’가 열렸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마르코 폴로가 화약을 전파하면서 시작된 폭죽놀이를 ‘차이니즈 플라워’라고 불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큰 화재를 불러오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폭죽이 터질 때 방출되는 미세먼지와 발암물질로 인한 대기 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산 등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에서는 밤에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폭죽으로 인한 매캐한 연기, 소음으로 ‘해수욕장 공해’가 되고 있다. 희뿌연 화약 연기가 백사장을 뒤덮는 사태마저 벌어진다. 특히, 관광객들은 쇠 스틱을 따라 타들어 가며 불꽃을 내는 스파클라(손에 쥐고 하는 작은 폭죽)를 터뜨린 뒤 바다에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쇠 스틱은 바닷물에 녹이 슬고, 모래에 쓸리면서 끝이 바늘처럼 뾰족해진다. 모래바람이 불면 해변으로 수시로 쓸려 나오면서 해수욕객 및 서퍼는 물론이고, 최근에 급증하는 맨발걷기 애호가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내 대표 피서지인 해운대해수욕장과 ‘전국 서핑 성지’로 꼽히는 송정해수욕장이 지난 1일 임시개장해 많은 사람이 물놀이를 즐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폭죽 잔재물에 의한 부상 위험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해수욕장 주민들은 “아무리 주워도 바람만 불면 다시 해변으로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폭죽은 일상에 지친 누군가에게 활력과 안식, 즐거움을 주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관광지의 낭만을 악몽으로 만든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바다의 행복과 낭만’을 위해 관광객의 사용 자제와 지자체·경찰의 단속 노력이 필요하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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