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부산 ‘소주 전쟁’ 3파전… 진로 상승세에 대선·무학 맞불
전국 시장 장악 하이트진로
부산·경남 점유율 1위 달성
대선주조, ‘강알리’ 출시 반격
무학, ‘부산갈매기’로 새 바람
‘향토 기업의 수성 vs 전국구 기업의 점령’.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가 ‘난공불락’으로 꼽혔던 부산지역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소주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부산·경남 지역 점유율을 과반수로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부산 소주 점유율 1위를 차지해왔던 대선주조는 물론 경남 터줏대감 무학 등 주류기업들의 치열한 레이스가 예고된다.
하이트진로는 4일 지역 진출 10년 만에 부산지역 소주 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대선주조, 무학 등 향토 소주 기업이 버티고 있는 부산·경남은 전국을 장악한 하이트진로가 유일하게 힘을 쓰지 못한 ‘불모지’로 분류돼 왔다. 하이트진로는 지역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비롯해 임직원 집단 판촉활동, 다양한 지역 사회공헌활동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1924년 설립된 평안남도 용강 진천양조상회에서 출발해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하이트진로는 100년 이상 된 국내 상장기업 9곳 가운데 유일한 주류 전문 기업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 측은 “부산·경남 지역을 집중 공략해 점유율을 끌어올려 전국 점유율 70%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토 소주기업으로 부산에서 줄곧 1위를 지켜왔던 대선주조는 강력 반발한다. 올해 들어 하이트진로의 점유율(35%)이 대선주조(35%)와 동률을 이루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업체별 집계 방식의 차이로 인해 점유율이 잠시 같아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선주조는 부산 점유율 40%대를 줄곧 유지해왔던 만큼 빠른 시일 내 단독 1위 탈환은 물론 2위와 격차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선주조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대선주조는 이달 초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제품 상표에 태극 문양과 함께 ‘#6월은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 가슴 깊이 새깁니다’ 문구를 새겨넣은 특별 에디션 한정판을 내놓았다. 올해 초 상표 디자인을 리뉴얼한 데 이어 16도 슈거프리 ‘강알리’를 내놓으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광안리 일대를 중심으로 판매되던 강알리는 인기에 힘입어 부산 전역으로 확대됐다. 대선주조 측은 “일대일 홍보 등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적극적인 소통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1930년 설립된 부산 향토기업 대선주조는 80여 년간 부산지역 맹주로 자리하면서 한때 점유율 90%가 넘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점유율이 한때 10%대까지 추락했다. 부산 대표 제조기업인 BN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정을 찾은 대선주조는 부산·경남권 시장에 올인하면서 부산은 물론 경남 김해·양산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남 맹주 무학도 부산·경남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도 지역 기업 특유의 친화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무학은 지난 3월 도수 19도의 일반 증류주 신제품 ‘좋은데이 부산갈매기’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 공략에 나섰다. 무학 관계자는 “부산 시민들에게 새로운 맛과 재미로, 부산 주류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무학은 1929년 소주와 청주를 제조하던 소화주류공업사에서 출발했다. 2006년 16.9도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저도주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