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가 띄운 시절인연, 국립공원 열매 맺을까
8부 능선 오른 ‘국립공원 금정산’
임도 대신 탐방길 조성 묘수 동원
사찰 사유지 최대 걸림돌 해결돼
경남도 등 지자체 거의 동의 수순
지정 건의 5년 만에 급물살 양상
금정산 일대 토지를 대규모로 소유한 범어사의 동의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1~2년 안에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부산은 전국 최초로 15분 안에 국립공원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심형 국립공원’을 보유한 도시가 된다.
■범어사 “국립공원 시절인연 왔다”
범어사는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규제를 받아왔는데,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까지 지정되면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봤다. 이에 범어사는 지속적으로 부산시에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임도(임산물을 나르거나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 개설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되면 까다로운 소방 규정을 맞춰야 하는 임도 대신 국립공원공단이 주체가 된 탐방로 개설을 할 수 있게 된다. 범어사의 오래된 난제인 주차 문제 개선과 탐방로 조성까지 협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범어사 금강암 등 일부 암자는 차량이 올라갈 수 없어 아직도 사람이 지게를 지고 LPG 가스통이나 부식 등을 운반하는데, 탐방로가 생기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화재에 대비한 소방도로 개설까지 범어사 입장에서는 그린벨트에 묶여 하지 못했던 많은 사항을 국가와 협의할 수 있게 된다.
범어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람이 많이 오면 시끄럽다 생각했지만 범어사 내부에서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종교도 사회 구성원이고 부산 시민으로서 같이 한다는 의미가 크다. 모든 건 때가 움직이는 시절인연이고, 국립공원 지정이 필요한 시절인연이 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범어사와 함께 반대 입장이던 양산시도 최근 부산시와 협의를 진행, 향후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업무 협약을 맺기로 약속했다. 국립공원 지정 면적의 20%가 양산시에 속해 있는데, 기존에는 동면 주민의 반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지난 2월 열린 동면 이장단 간담회를 통해 반대 분위기가 누그러들었고, 국립공원 경계 안의 전답을 일부 제외하는 등 협의를 거쳤다. 양산시가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 경남도는 양산시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업무협약 체결이 관건
금정산을 품은 지자체들도 대부분 국립공원화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부산시는 금정산이 걸쳐 있는 금정구, 북구, 동래구, 부산진구, 연제구, 사상구 등 6개 지자체, 양산시와 경남도, 범어사 등과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 중 동래구, 북구, 연제구, 사상구 등 4개 지자체는 부산시와 뜻을 같이 한다.
반대 입장 주민이 있는 지자체는 주민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금정구 관계자는 “금성동 일대에 사유지를 가진 주민들 중 아직 반대 의견인 분이 많다 보니 이와 상반되게 선뜻 금정구에서 국립공원화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주민들 생각을 들은 다음 천천히 추진하자는 게 금정구 입장이고 주민 동의가 완료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역시 본격적인 국립공원 지정 추진 이전에 주민설명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초읍동 주민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있는데, 주민들에게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협약을 체결하면 반대가 클 수 있다”며 “6월 중 주민설명회 일정을 잡아 놓았고 그 이후 협약 체결에 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의날부터 지금까지 1년째 부산시청 후문에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1인 시위를 개최하는 등 노력해 왔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부회장은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관리 주체가 국가가 되기 때문에 국비 지원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금정산의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다”면서 “향후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금정산성 복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와 업무협약을 맺게 되면 환경부에 그 결과를 제출한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거쳐, 전략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 등 절차를 밟는다. 이후 환경부가 국립공원 마스터플랜 용역을 추진하고, 최종적으로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지자체장 의견 청취,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통과 등 절차를 거치면 최종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
부산시 이동흡 공원도시과장은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되면 국가가 직접 금정산을 관리하게 돼 지방 예산이 절감되고 산불감시원 등 주민 일자리가 창출된다”면서 “무엇보다 전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서 부산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