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산은법 개정안 일단 재발의… 처리까지는 더 험난
정무위 유력 박수영 의원 재발의
본점 소재지 규정 ‘부산’으로 수정
민주 내 반대파 더 늘어 난항 예고
균형발전 명분 설득 등 전략 절실
22대 부산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재발의된 산은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임에도 야당 몽니로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처리 전망이 더욱 어두운 22대 국회에선 부산 정치권이 기존 전략과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재선) 의원은 4일 오전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법안엔 부산 국민의힘 의원 17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은 22대 개원 즉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에 이어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에는 한국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률 개정 없이 산은 부산 이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을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둔다’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산은 부산 이전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것이다.
산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산적하다. 이미 산은 이전 관련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4건 발의됐고, 모두 폐기된 바 있다. 21대에서 풀지 못한 매듭을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난 2022년 1월엔 국민의힘 서병수 전 의원이,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전 의원이 각각 본점 소재지 조항 중 ‘서울특별시’를 ‘부산광역시’ 또는 ‘부산 금융중심지’로 수정하는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2020년 민주당 송기헌 의원과 2022년 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야 고루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부산시도 그간 정치권과 함께 ‘산은 부산 이전 민관정 협력 전담팀(TF)’을 발족하는 등 노력을 쏟았지만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
22대 국회 산은법 개정안 처리 전망은 더욱 가시밭길이다. 산은 이전 반대를 주도한 민주당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의원이 4·10 총선에서 생환했고, 산은 이전 반대 1위 시위를 한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도 바로 옆 지역구인 영등포갑에서 당선돼 원내로 진입한다. 여기에 산은 이전 결사반대를 외치던 박홍배 전 금융노조위원장은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결국 몸집을 키운 거대 야당 손에 22대 국회 산은법 개정안 처리가 달린 셈이다.
이 때문에 산은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선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펼친 소통과 설득전이 거대 야당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기관 2차 이전’ 등과 같이 민주당에게 명분으로 작용할 만한 의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인 동시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공기관 이전 유산이 균형발전과 직결되는 만큼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엮는다면 민주당도 산은 이전을 수긍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의 최근 면담에서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균형발전의 원조 정당 아닌가 생각된다”며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 발전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 여권이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민주당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기관 2차 이전 아젠다 제시와 지역균형발전 기류 조성 등 부산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판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국민의힘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만 있다면 합의 통과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