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유일 응급실, 적자에 운영 중단 위기…지역민 ‘걱정 태산’
병원 적자 누적…응급실 주요 원인
폐과시 응급환자 1시간 넘게 이동
지역사회 우려…남해군 지원 검토
농어촌지역 의료 공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 남해군의 유일한 응급실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응급실 운영으로 병원 전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인데 군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6일 남해병원에 따르면 지역 인구 감소가 심화됨에 따라 최근 병원 적자가 가중되는 실정이다. 정부와 경남도, 남해군에서 6억여 원을 지원 받고 있지만 이를 포함하고도 지난해에만 9억 원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적자의 주요 원인은 응급실이다. 의사만 4명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야간행정 인력까지 포함하면 10여 명 인력이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반면 환자 수는 거의 없다 보니 수익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병원 측은 연간 적자 가운데 60~70% 정도가 응급실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파악했다.
병원 관계자는 “예전부터 응급실은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다. 다른 과에서 흑자를 보면 이 돈으로 응급실 적자를 메우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지역에 단 하나 뿐인 응급실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에 계속해서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남해병원은 지난 1946년 제중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했으며, 1988년 종합병원인 제중병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1994년 남해병원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이후 지금까지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처음 종합병원이 됐을 때 80병상 규모로 시작했는데, 1998년 증축을 거쳐 현재 8개과 135병상으로 운영 중이다. 남해병원에 응급실이 생긴 건 1988년 제중병원 때로, 이후 40년 가까이 한 번도 응급실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지역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남해병원 응급실이 폐과되면 응급환자가 생길 경우 인근 진주시나 사천시까지 가야한다. 그나마 두 지자체와 가까운 지역은 30~40분이면 응급실에 닿을 수 있지만 거리가 먼 남면이나 서면 주민들은 1시간 넘게 가야 겨우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다. 생명이 경각에 달한 위급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남해읍의 한 주민은 “다른 지자체는 그나마 도시가 가까이에 있는데 남해군은 상황이 다르다. 남면이나 서면 주민들은 차를 타도 1시간 넘게 가야 겨우 병원이 있다. 지금 응급실이 사라지면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어떻게든 응급실이 운영돼 한다”고 말했다.
남해군도 심각성을 파악하고 응급실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각에서 공공의료원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적자와 의사 수급에 대한 부담이 커 포기했다. 30~40 병상 규모의 공공의료원을 운영할 경우 한해 운영비만 연간 30억 원 정도가 드는데 군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장충남 남해군수는 최근 남해병원과 면담을 통해 병원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당 공무원에게 구체적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현재로선 응급실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해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줄어들면서 지역 병원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응급실 등 공공의료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또한 남해병원 혼자 떠안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군과 보건소에서 지원을 검토 중인데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