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멍든 부산시민의 자존심, 에어부산 분리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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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후 (사)미래사회를준비하는 시민공감 이사장

가덕의 창공을 힘껏 날아오를 부산의 자부심, 에어부산을 상상하며 부산시민들은 가덕신공항의 개항을 희망으로 마주하고 있다.

가덕신공항의 2029년 개항은 확정됐고, 공항이 운영되려면 노선 확보는 필수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모회사 기업결합으로 인천으로 끌려갈 위기에 놓였다. 해외 경쟁 당국 결합심사 마지막인 미국이 조건부라도 승인을 하면 결국 에어부산의 운명은 대한항공의 손에 넘어가는 것이다.

2020년 국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유동성 자금 8000억 원을 몰아주면서 그 명분으로 통합 LCC 본사는 지방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통합 LCC 본사는 진에어를 중심으로 인천을 허브로 삼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산업은행도 “그 문제는 사기업인 대한항공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말을 바꿨다. 정부는 약속 파기의 책임을 지고 가덕신공항의 거점항공사가 될 에어부산을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은 올 1월 EU의 결합심사 이후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논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미국의 기업결합이 현재 진행 중이고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승인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미국 심사 이전에는 할 수 없다며 말 바꾸기로 부산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그렇다면 EU는 왜 조건부 승인으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라고 했으며 대한항공은 그 조건을 이행하려 하는가.

해외 경쟁 당국들이 노선 반납과 화물사업 매각 등 승인을 한 이유는 공정거래를 기반으로 대한항공의 항공산업 독과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대한항공의 독점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지점에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모회사 기업결합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것은 에어부산이며 가덕신공항의 개항을 앞둔 우리 부산시민 모두가 피해자이고 동시에 국책사업인 가덕신공항이 거점항공사 하나 없이 개항할 위기이기에 국가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애초 승인 조건에 없던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 매각이 해외 결합심사의 조건부였듯 에어부산 분리매각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 부산시의 대처가 가관이다. 부산 시민들의 이런 애끓는 민심과 달리 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한항공의 편에 철저히 서 있는 산업은행의 논리를 대변하듯 미국 승인 이후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제출할 ‘인수 후 통합(PMI)계획안’에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포함되도록 건의한다는 것이다. 가슴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다. 기업결합 완료 이후 대한항공이 뭐가 답답해 알짜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내어놓겠는가. 지난 3월 인천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대통령의 인천 중심 발언과 대한항공의 수도권 일극주의 속에서 지방 홀대의 뼈아픈 무시를 경험하고도 시가 나서서 산업은행의 논리를 대변하듯 지역 홀대를 자처하고 있다.

시가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국 승인 이전에 대통령을 만나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결단지어야 한다. 정부의 결단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다. 하다못해 미국 승인 전, 정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미국승인 직후 에어부산을 분리매각 하겠다는 ‘공식적인 문서’라도 받아야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가덕신공항은 거점항공사 하나 없이 개항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시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골든타임마저 놓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가 이번에도 민심을 외면한다면 부산은 가덕신공항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을 맞게 되며, 시는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에어부산은 부산시민의 정서가 깃든 부산의 자존심이다. 시는 가덕신공항의 성공을 위해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의 심사 이전에 결단내릴 수 있도록 시가 더욱 단호히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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