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언제 떨어지나… 투자은행 “3분기도 어려워”
미 연준, 9월께 금리 인하하면
한은도 10~11월 뒤따라 내려
“물가 지켜봐야” 한은 신중론
현재 금리 3.5%, 11차례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둘러싼 셈법이 날로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께 금리를 인하해야 한은도 이어서 10월이나 11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4분기까지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에도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예상을 상회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원화 약세 부담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보고서를 낸 IB 7곳 가운데 3곳은 3분기부터, 4곳은 4분기부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씨티, BNP파리바 등 3곳은 한은이 3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올해 연말까지 금리를 기존 3.50%에서 3.00%로 0.50%포인트(P)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노무라, 모건스탠리, JP모건, 소시에테제네랄 등 4곳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4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봤다. 이 중 노무라, 모건스탠리, JP모건은 연말 금리 수준을 3.25%로 전망했고 소시에테제네랄은 따로 예상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한은도 물가 상방 압력에 따른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난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이달 4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 전망은 3분기가 주를 이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7곳 가운데 5곳은 3분기부터, 2곳은 4분기부터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와 HSBC는 연준이 3분기 들어 처음으로 금리를 0.25%P 인하한 뒤 연말까지 5.2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와 골드만삭스, JP모건 역시 나란히 3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지만, 연말 금리 수준을 각 4.50%, 5.00%, 4.75% 등으로 다르게 봤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이후 11차례 연속 동결 결정으로 3.50%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말부터 이날까지 1년 4개월 넘게 이어지게 됐다.
특히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 잡았는데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기준금리 조기 인하’의 명분도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5%를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보다 0.4%P 높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성장률이 1.3%(전분기 대비, 속보치)로 시장 예상을 상회함에 따라 연간 전망치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