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 경유지 관광 시장을 노려라
김윤경 영산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해외 관광객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부산, 서울 경유한 관광객 급증 추세
외국인 체류 기간 중 30% 지방 방문
서울보다 저렴하게 한국 체험 가능
서울 관문에서 공격적 마케팅 시급
‘젊은 관광도시’ 부산 재도약 시작해야
지난 3월 네 번째 주에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약 33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00.2%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한 수준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과 홍콩, 미국이 코로나 이전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 비율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해 2월에야 해외여행을 재개한 중국 비중도 더디지만, 고무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부산도 올 3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 방문 회복률이 2019년의 99.8%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부산역이나 서면,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는 큰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마치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주목할 흐름은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김해공항 이외에도 다른 지역을 경유해서 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산 방문 외국인 입국 경로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김해공항의 국제 항공노선이 점차적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오픈되고 있고, 인천공항의 국제 항공노선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산은 인천공항을 통해 서울을 경유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부산 관광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는 2029년까지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로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평균 체류 기간은 18.6일이다. 이들은 평균 12.3일을 서울에 체류하고, 나머지 6일가량은 서울을 벗어나 여행하는 행태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 시장 점유율은 부산은 15% 안팎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서울과 제주가 차지하고 있다. 부산이 노려야 할 새로운 시간이 서울 이외 지역을 여행하는 바로 6일간이다. ‘경유지 관광 시장’을 재평가해서 그에 합당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
지금까지 주로 김해공항이나 부산항을 통해 부산을 1차 목적지로 삼은 관광객들을 향해 열심히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면, 관광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에서 남은 6일의 여행 기간을 부산으로 향하게 하는 전략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서울역의 매표소 근처에는 전국 지자체의 홍보 포스터로 가득하다. 아마도 전국의 지자체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서울역은 행선지를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 홍보 광고는 부산역과 김해공항에 도착하면 많이 볼 수 있다. 부산은 교통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홍보 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SNS 및 온라인 홍보도 필수적이고 서울 도심의 명동과 가로수길, 강남역에도 파고들어야 한다.
요즘 신세대들은 가성비를 많이 따진다. 해외 관광객들도 물론 마찬가지다. 이처럼 신세대 외국인 관광객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할 필요가 있다. 부산에만 있는 것, 부산에서만 할 수 있는 것,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을 콘텐츠화해서 서울을 1차 관광 목적지로 선택한 그들에게 2차 목적지는 부산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부산으로 모자란다면 울산과 경남을 묶고 경북 경주까지 포함해 패키지로 연대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진다면 아마도 비싼 해외 홍보 대신에 국내 홍보가 훨씬 좋을 것이다. 또한 한국을 느끼고 싶어서 온 그들에게 서울에서 체험할 수 없는 또다른 한국을 만끽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국내에서 인바운드 외국인 시장이 세 번째로 큰 제주도에서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날씨에 따라 오도가도 못하고 갇힐 수 있는 위험이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부산은 바다와 접하면서도 KTX와 고속도로를 통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해변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매력과 자갈치시장의 해산물, 1950년대 피란 수도의 흔적 등 여러 가지 역사적·지리적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도보로도 숙박과 관광지가 연결되어 있고, 맘만 먹으면 한두 시간 거리의 교외로 나가서 더 많은 중소도시를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은 MICE 산업을 향해서도 열려있다. 박람회와 컨벤션 참가 등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부산을 찾은 사람들도 비즈니스 일정 전후로 서울보다 쾌적하고 저렴하게 한국을 즐길 수 있다. ‘다시 태어나도 부산’이라는 슬로건처럼 ‘다시 와도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경유지 관광 시장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관광 데이터들의 재검토와 새로운 인프라 구축,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젊은 관광도시 부산’으로 재도약을 노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