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주항공청(KASA) 사천 개청에 거는 기대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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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중앙정부 부·처·청 경남 설립은 처음
경남도, ‘글로벌 우주 항공 수도’ 선포
우주 관련 인재 경남 몰려올 것 기대
‘우주항공 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노력

한국 우주시대를 선도할 우주항공청(KASA·Korea Aero Space Administration)이 지난달 27일 경남 사천에서 문을 열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우주항공 업무를 전담하는 부처를 설립하는 특별법을 발의한 지 13개월 만이다. 특별법은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청 첫날 윤영빈 초대 청장과 존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을 비롯한 직원 110명이 첫 출근했다. KASA 총 정원은 293명인데 연내 모든 채용이 마무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으로 주민등록 이전을 마친 윤 청장은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고, 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사천에서 열린 KBS열린음악회에 참석해 지역 사회와의 첫 소통 행보에도 나섰다. 지난달 30일에는 개청식과 함께 ‘제1회 국가우주위원회’도 열렸다.

KASA는 한국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라 불린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개청 준비 시간이 빠듯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KASA는 법안 통과 4개월 만에 임시청사를 마련했고 업무도 개시했다. 중앙정부 부·처·청이 경남에 설립된 것이 처음 있는 일인 만큼, 경남에서 KASA를 바라보는 시각과 기대는 남다르다.

KASA라는 옥동자가 경남에 탄생하기까지 엄청난 산고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2년 8월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5대 우주강국’ 진입과 KASA 사천 설립을 약속했다. 우주시대에 대한 열망은 뜨거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4월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 간 정쟁이 심해 수개월간 상임위조차 열리지 못했다. 뒤이어 연구개발 기능 논란 등으로 법안 처리도 순탄치 않았다.

정치권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경남도 내 38개 사회단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KASA 설치를 염원하는 범도민 추진위원회를 발족, 사천에서 관제데모까지 벌이는 열망을 표출했다. 경남도는 선제적으로 우주항공과를 신설하고 ‘우주항공사업 미래 비전’을 수립해 발표하는 등 따른 발빠른 대응으로 KASA 개청 이후 상황에 대비해 왔다.

우주항공 분야는 미래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이자 방위·안보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주 기술은 가야할 길이 멀다. 선진국의 달 탐사용 중대형 발사체, 달 착륙선 등 우주탐사와는 기술격차가 크다. 미국은 이미 우주로켓을 재사용하고 있고, 인간을 태운 우주선을 달 궤도로 보내 탐사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민간기업 중심으로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는 세계 우주항공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KASA가 수도권이 아닌 경남 사천지역에 설치된 중앙부처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제 ‘KASA 개청’이라는 경남도민의 열망은 이뤄졌다. 하지만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KASA가 빠른 시일 내 경남에 안착하고, 설립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경남도는 KASA 개청을 기점으로 경남이 ‘글로벌 우주 항공의 수도’라고 선포했다. 경남은 국내 유일한 항공기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형 발사체 엔진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항공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두 업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부품·소재 협력업체들이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이룬 곳이다.

경남은 또 우주항공산업 생산액, 기업 수, 종사자 수 모두 부동의 1위다. 하지만 우리나라 우주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KASA 출범을 계기로 이를 10%까지 확대한다는 미래 비전의 중심에 경남이 있다. KASA와는 별개로 민간 주도의 우주항공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단계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우주산업 비전에는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탐사 등 우리나라 우주항공 산업의 청사진이 포함돼 있다. 우주항공 개척을 표방하는 KASA가 경남의 조선·기계·방위 등 기존 주력산업과 동반성장하는 과정에 세계 인재들이 경남으로 몰려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도는 KASA 파급효과로 지역에 기업 2000개 이상 육성하고, 5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구 11만 명 내외 중소도시인 사천의 정주여건 개선도 필수적이다. 롤 모델은 프랑스 ‘툴루즈’다. 이곳은 우주항공 중심도시가 되면서 도시 인구 50만, 주변 광역권 인구까지 100만을 자랑하는 프랑스 4위권 대도시로 성장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산업·연구·국제교류·교육·행정 등 우주항공 분야 전반을 집적한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배가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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