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손품 팔아 고물가 시대 건너는 MZ 세대
숨은 돈 찾는 SNS 챌린지 유행
최저가 찾아 직구 사이트 검색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부지런
MZ 세대가 ‘손품’과 ‘발품’ 팔아가며 고물가 시대를 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발로 더 걷고 손으로 더 찾는 일을 반복한다. MZ 세대의 부지런함 이면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가성비를 따지는 불황형 소비 현상이 깔려있다.
5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MZ 세대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치솟은 물가를 버텨내고 있다. 김지원(25) 씨는 최근 어딜 가든 애플리케이션 ‘캐시워크’를 켜고 다닌다. 걷는 활동만으로 캐시를 쌓을 수 있는 앱이다. 캐시워크 이용자는 하루 1만 보 달성 시 100캐시를 보상 받는다.
김 씨는 “100원, 200원 모아서 뭘 하나 생각했는데 열심히 걷다 보니 캐시가 금세 모여 5000원짜리 기프티콘을 사기도 했다”며 “퀴즈 정답을 맞추면 약 60원을 더 벌 수 있어서 돈이 없을 때 나름 쏠쏠하다”고 웃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SNS에선 도심 곳곳에 숨겨진 돈을 찾는 챌린지 ‘캐치캐시’가 유행 중이다. 금액은 1000원부터 10만 원까지 소액이지만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 4월 10일 처음 게시된 영상 조회수는 1200만 회를 넘겼다. 먼저 SNS 계정주가 지역명과 함께 ‘곳곳에 숨은 돈을 찾아보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폐를 접어 스티커 뒷면에 숨긴 뒤 특정 장소에 붙인 모습을 게시한다. 이를 찾아낸 사람은 지폐를 가져갈 수 있다.
최저가를 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손품’을 판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최저가 상품을 찾아 친구들에게 공유하며 소소한 뿌듯함을 느낀다는 장윤주(27) 씨는 “하루 평균 1시간 반 정도를 최저가 제품을 찾는 데 쓴다”며 “월급은 안 오르는데 필요한 물건은 사야 하니 선택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손품 팔기 종착지는 해외 직구 사이트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지윤(23) 씨는 해외 직구 경험만 20번이 넘는다. 해외 직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며 싼 물건을 찾았으나, 다이소보다 저렴한 해외 직구를 경험한 후 신세계가 열렸다고 말한다.
이 씨는 “국내 사이트에서 18만 원 하던 손흥민 유니폼을 해외 직구로 11만 원에 샀다”며 “화장용품의 경우 차이는 더 심한데, 국내 쇼핑몰에서 3만~4만 원 하던 립스틱 정리함을 해외 직구 쇼핑몰인 알리에서 2700원에 팔더라”고 말했다. 해외 직구는 포장이 빈약하고 제품이 도착하기까지 길게는 한 달 정도가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유튜브나 SNS에도 ‘테무깡’ ‘알리깡’을 주제로 한 영상이 자주 업로드된다. 해외 직구로 산 초저가 상품의 택배 상자를 개봉하는 영상 콘텐츠다. 짠물 소비 컨텐츠 유행은 정보 검색에 능한 MZ 세대 특징과 고물가 상황, 넓어진 소비의 폭이 합쳐진 결과다. 부산대 김현석(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여유를 즐기고 취향을 반영한 소비를 하기보단 가성비만을 따지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소비자는 적정한 가격에 양질의 물건을 소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경제 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