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7분간 '북한' 4번 강조 "위협 좌시 안 해"
현충일 추념사 강경 기조 재확인
영웅·자유·희생 등 수차례 언급
"국가유공자·가족 끝까지 책임"
의료 체제 개선 재활 지원 확대
청와대 영빈관서 보훈 가족 오찬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현충일을 맞아 '더 강한 대한민국'을 내세우며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를 주제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약 7분간 호국 영령의 넋을 기렸다. 2000자 정도의 길지 않은 분량이었다. 추념사에는 '영웅(10회)', '자유(7회)' '희생(4회)' 등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지난해 추념사에서는 한 차례에 그쳤던 '북한(4회)'에 대한 언급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라며 "이곳에서 불과 50㎞ 남짓 떨어진 곳에, 자유와 인권을 무참히 박탈당하고 굶주림 속에 살아가는 동포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역사의 진보를 거부하고 퇴행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철통같은 대비 태세를 유지하며,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도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한층 더 강해진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토대로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단단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되찾는 일, 더 나아가 자유롭고 부강한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일도 결국 우리가 더 강해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맞서 정부는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했는데 향후에도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영웅들에게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훈 의료 혁신을 통해 국가유공자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고 재활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안타깝게 순직하신 영웅들의 유가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도전과 혁신으로 도약하는 나라, 민생이 풍요롭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청년의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나라, 온 국민이 하나 돼 함께 미래로 나가는 더 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며 "이것이야말로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제대로 기억하고, 그 큰 뜻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올해 추념식에는 국가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 인사, 여야 대표를 비롯한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퇴장하며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과 만나 악수하고 안부를 물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이름도 군번도 없이 고귀한 청춘을 국가에 바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지금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과 그 유족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이고,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