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서 ‘파묘’…사천국군묘지, 누리원 이전 시작
현충일 맞아 국군묘지서 파묘제 봉행
낙후된 국군묘지, 누리원 이전 본격화
이달 분묘 개장·이장…다음달 마무리
경남 사천국군묘지를 사천시 종합장사시설인 ‘누리원’으로 이장하는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장을 앞두고 파묘를 알리는 제사가 진행됐으며, 조만간 분묘 개장과 이장 절차가 이행될 예정이다.
6일 사천시에 따르면 현충일을 맞아 사천국군묘지에서 파묘제를 봉행했다. 파묘는 묘를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내는 행위로, 파묘제는 이에 앞서 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펼치는 제례다.
사천국군묘지에는 현재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사천 출신 국군 장병 44위가 안장돼 있다. 사천국군묘지는 1953년 10월 15일 조성을 시작해 1957년 군립묘지로 처음 설치됐는데, 당시 한국전쟁으로 숨진 33명의 국군이 안장 됐다. 이후 1976년 국군묘지로 이름을 바꿨으며, 차츰 묘가 늘어 현재 규모가 됐다.
묘지가 조성돼 있긴 하지만 호국선열에 대한 예우는 비참한 수준이었다. 묘지 관리 주체를 놓고 국가보훈처와 논의 끝에 2016년부터 사천시가 관리하고 있지만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국군묘지는 현재 사천공항 건너편 사천역 너머에 200㎡에 공동묘지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조성된 지 70여 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규모가 너무 작은데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그늘지고 습하기까지 해 그동안 시민과 유족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사천국군묘지에 안장된 국군 장병들의 묘를 국가보훈처 소관 국립호국원으로 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무연고 묘가 절반 가까이 포함돼 있어 이장에 난항을 겪었다. 진입로 확보와 인근 사유지 문제로 인해 기존 사천국군묘지를 확장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에 사천시는 사천국군묘지를 송포동에 위치한 누리원으로 이장하기 결정하고 지난해 6월 이장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누리원 자연장지 내에 약 330㎡ 규모로 국군묘지를 조성한 상태다.
시는 6일 파묘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묘 개장과 이장 작업에 나서며, 다음달 중으로 절차를 마무리한 뒤 호국영령 위령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묘지 이전을 알리는 파묘제가 진행됐다.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숭고한 뜻을 기리는 첫 시작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넋을 제대로 기리지 못해 그동안 안타까움이 컸는데 이제라도 제대로 된 시설에서 모실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