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한국 ‘우크라 무기 미지원’ 높이 평가… 관계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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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5기 돌입 한 달 맞이해
세계 뉴스 통신사와 간담회
우크라 문제 관련 공개석상서
한국 긍정 평가한 것은 처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뉴스 통신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뉴스 통신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언급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등을 계기로 한러 관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달 7일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한러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할 때 어떠한 러시아 혐오적(Russophobic) 태도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22년 10월 발다이클럽 연설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우리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답변에서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불행히도 한국이 우리의 협력의 여러 분야에서 특정 문제들을 만들어 유감”이라면서 현재 냉각된 한러 관계가 러시아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는 지난해 12월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 신임장 제정식 발언보다 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것이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둘러싼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돼 왔다.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인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구금되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이 취소되는 등 양국 불화가 표출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질의답변을 통해 북한과 관련,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북러 밀착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한 뒤 북러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답방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의 답방도 추진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미국 등과 협상할 의지를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성사된 것이 이러한 의지를 나타낸다고 북한을 두둔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위협을 받으면 대응한다. 위협이 없었다면 핵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이후 세계 언론사와 인터뷰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러시아는 SPIEF에 비우호국 언론사를 초대하지 않았다. 또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집권 5기를 시작한 이후 서방을 비롯한 세계 언론사의 질문에 답한 것은 처음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행사에 한국과 서방 등 비우호국 언론사 대표들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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