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반영 못한 탁상행정, 청년 생활인구 늘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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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정 부산 청년 사업 대거 무산
부서 간 엇박자 공신력 타격 불가피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 참가한 청년들. 부산일보DB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 참가한 청년들.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올해 추진 예정이던 청년 생활인구 확대 정책 대부분을 보류했다. 그에 따라 지역 숙소 예약 시 할인해 주는 청년주간 페스타, 원도심 중심 테마별 여행 코스 개발, 원도심 팝업스토어 개최, 부산 체험 우수 콘텐츠 공모 등 청년 생활인구 유입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일련의 사업들이 대거 무산됐다. 관련 예산이 배정되지 못한 때문이다. 시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방 다 될 것처럼 공언하던 사업들이었는데, 이 무슨 어이없는 일인가 싶다. 배경을 들여다보면, 재정·청년·기획 등 관련 부서들 사이 손발이 맞지 않았던 정황이 역력하다. 설익은 정책을 성급히 발표한 시의 안일함을 탓하게 된다.

부산의 인구절벽 문제는 다른 대도시들보다 심각하다. 급속한 노령화와 전국 최고 수준의 저출생 현상이 겹쳐 있는 데다, 청년세대의 유출 규모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게 그 이유다. 그동안 시가 청년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애를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직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지역 15~29세 인구(주민등록 기준)는 49만 9644명으로 확인된다. 부산의 청년 인구가 5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가 국가통계포털에 공시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부산의 미래가 나락으로 질주하는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실상을 시가 모를 리 없다. 시는 지난 3월 제2차(2024~28년)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청년 생활인구 확대를 핵심으로 꼽았다. 부산에 실제 거주하는 청년 대상이던 1차 기본계획(2019~23년)과는 달리 부산에 체류하는 청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시는 이를 통해 지난해 6500만 명이던 부산의 청년 생활인구를 2028년엔 1억 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자리 등 청년의 정주 여건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의 이런 정책 전환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할 올해 사업들이 대거 무산되면서 시의 새로운 청년 정책은 출발부터 어긋나게 됐다.

삶에 대한 만족도 등 청년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서울을 포함한 전국 7대 도시 중 부산에서 가장 높다는 국회 미래연구원의 연구 보고서가 지난해 말 발표된 바 있다. 청년들이 부산을 찾고 부산에 머물 심리적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는 셈이다. 관건은 그런 청년들을 끌어들일 환경 조성이다. 그런데 예산에 반영하지도 못할 정책을 발표부터 덜컥 해놓고 보는 어설픈 행정으로 어떻게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하겠는데, 이는 시의 공신력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져 시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실속은커녕 절박함마저 없어 보이는 시 행정에 실망을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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