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 입원 위험, 장애인이 최대 4.6배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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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이환희 교수팀 연구
평상시 대비 입원 비율 증가율
비장애인 5%, 지적장애인 23%
“기후 약자로 인정 대책 세워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인근에서 시민들이 지열로 이글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인근에서 시민들이 지열로 이글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무더위로 인한 장애인 입원 위험이 비장애인에 비해 최대 4.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을 기후 약자로 인정하고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부산대에 따르면 정보의생명공학대학 의생명융합공학부 이환희 교수팀은 장애인이 폭염 노출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지적 장애인,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정신 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팀은 여름철(6~9월) 장애인이 폭염 노출에 따라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한 기록을 분석했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6년간 45만여 건의 자료가 바탕이 됐다. 연구는 정신 보건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란셋 사이키아트리’에 등재됐다.

연구 결과, 폭염 시 비장애 인구 입원 위험이 5% 증가한 데 반해 지적 장애인은 23%,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6%, 정신 장애인은 20%가 증가했다. 평소 입원 인원을 100명이라고 가정하면, 폭염 시 비장애인 입원 인원이 5명 증가할 때 지적 장애인은 23명 증가하는 셈이다. 비장애 인구에 비해 장애 인구는 입원 위험이 최대 4.6배 높은 것이다.

실제 정신 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신체 장애도 함께 가지고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일이 많다. 여름은 특히 휠체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계절이다. 이승희 부산장애인복지관협회장은 “휠체어와 보조 기기는 햇빛을 흡수하는 검은색과 금속 재질로 이뤄져 있다”며 “휠체어에 타거나 보조 기기를 찬 채로 여름철에 잠시만 야외에 나가 활동해도 손이 뜨거워지고 온몸이 열로 가득해 땀이 나 활동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동의대 유동철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폭염은 덥고 지친다는 개념이지만, 장애인들에게 폭염은 급격한 환경 변화로 받아들여진다”며 “환경 변화에 취약한 정신 장애인들은 갑자기 닥친 더위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행동이 격해지며 위험도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높은 만성 질환 유병률, 정보 접근 한계 등이 장애인을 폭염 노출에 취약하게 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하다는 신체적 한계 외에도 문해력이 떨어져 폭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장애인 폭염 위험은 아직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다. 장애인이 겪는 폭염 영향을 다룬 연구도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실정이었다. 제도도 아직 미비하다. 현행 환경보건법은 어린이, 노인, 임산부를 ‘환경 유해인자의 노출에 민감한 취약계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후 위기가 전 세계적인 대응이 촉구되는 문제로 떠오른 만큼 장애인도 기후 약자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무더위가 건강 악화로 이어져 병원 방문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진행한 부산대 이환희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는 “장애 인구는 이제까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후 변화 취약성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가 부족했던 집단”이라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장애인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활발히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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