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로스쿨선 대형 로펌 직행, 지방대선 검찰로 우회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규 임용 검사 중 지방대 출신
93명 중 39명으로 41.9% 차지
SKY 출신은 17.2%로 감소세
인턴 기회 많은 대형 로펌 선호
예비판사도 지방대 출신 증가세
로펌 이직 위한 전관 경력 활용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지방대는 검찰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로펌으로.’

올해 신규 임용된 검사와 재판연구원(로클럭) 중 지방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크게 늘었다. 반면 수도권 로스쿨 출신은 대형 로펌으로 직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과거 사법고시 시절엔 명예와 사명감을 중시하는 판검사가 선호도가 높았다면, 로스쿨 시대에는 보상 체계가 확실한 대형 로펌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무부는 지난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1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93명(남성 48명·여성 45명)에 대한 검사 신규 임용식을 열었다. 올해 신규 임용된 검사 중 지방대 로스쿨 출신이 41.9%(39명)를 차지했다. 지난해 신규 임용 검사 76명 중 지방대 출신이 17명으로 22.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9.5%포인트(P)나 증가한 수치다.

학교별로 보면 부산대와 경북대가 각각 9명으로 이화여대(10명)에 이어 전국 로스쿨 중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영남대 7명, 서울대·연세대 각 6명, 충남대 5명, 고려대·경희대·한국외대·인하대·동아대 각 4명 등 순이었다.

반면 SKY 로스쿨 출신 비율은 올해 17.2%(16명)로 지난해 34.2%(26명)보다 17%P가 떨어졌다.

부산대 민영성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산대 로스쿨 졸업자는 과거에는 로클럭을 선호했지만, 법조 경력이 5년 이상 돼야 판사가 될 수 있게 규정이 바뀌면서 요즘에는 검찰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고 밝혔다.

새로 임용되는 로클럭 역시 지방대 로스쿨 출신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 로클럭 비중은 2022년 27.6%(27명), 지난해 32.8%(41명)이었다가 올해는 39.8%(47명)로 늘었다.

반면 올해 SKY 로스쿨 출신 로클럭 비율은 13.6%(16명)로 지난해 18.4%(23명)보다 4.8%P 감소했다. 로클럭은 판사의 재판 업무를 보조해 연구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력 5년 이상을 채우면 법관으로 지원할 수 있어 통상 ‘예비 판사’로 불린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과거 사법고시 시절과 비교해 판검사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명예와 사명감을 중시하는 공직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대형 로펌과의 현격한 급여 차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수도권과 지역 대학 로스쿨과의 환경 차이를 원인으로 꼽는다. 수도권 로스쿨은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실무 실습 기회 등이 많아 로펌 직행이 훨씬 쉽다는 것이다.

실제 SKY 등 일부 수도권 로스쿨 학생은 1~2학년에 실무 수습을 거쳐 대형 로펌에 입사를 확정하기도 한다. 검사나 로클럭 시험은 3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치러지는데 대형 로펌 입사가 확정되면 굳이 해당 시험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지역 로스쿨은 국내 7대 로펌에서 실무 실습 기회조차 거의 받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지방대 로스쿨 졸업자들의 검찰·법원행 열풍은 법조계에서 선호하는 ‘전관’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전관은 오랜 기간 법원이나 검찰 근무를 통해 부장판사나 부장검사 등의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면, 최근에는 10년 이하로 비교적 짧게 근무하고 나와 로펌에 입사하기도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퇴직 검사 중 10년 차 이하는 2019년 19명, 2020년 21명이었다가 2022년 41명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에도 38명을 기록했다. 10년 차 이하가 전체 퇴직자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의 검찰행이 수사 경력을 쌓아 로펌으로 이직하기 위한 징검다리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로펌 입사를 희망하는 비수도권 로스쿨 재학생들의 수도권 로스쿨 ‘갈아타기’ 수요도 늘고 있다. SKY 로스쿨에 들어가야 대형 로펌 입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전국 25개 로스쿨 중퇴생 수는 2020년도 180명, 2021년 195명, 2022년 236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로스쿨 출신 한 검사는 “로펌에선 전관 경력을 더 쳐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근속 년수가 너무 높으면 인건비 부담이 있어서 조금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며 “로펌 입장에선 ‘가성비’ 측면에서 실무 경험도 있는 젊은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보다 급여를 좀 더 주더라도 훨씬 많은 일을 시킬 수 있어 예전보다 검사를 일찍 그만두고 로펌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