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욱일기 게양… 막을 수 없어 더 욱하는 현실
수영구 건물에 일본 군국주의 상징
자진 철거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아
이전엔 일장기 걸었지만 속수무책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현충일에 부산 한 고층 아파트 외벽에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대형 욱일기 2개가 느닷없이 내걸려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건물에 욱일기가 내걸린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이날 SNS 등에는 욱일기 게양 사진과 함께 비난 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욱일기 게양을 현행법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경찰 등이 자진 철거를 유도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충일인 6일 오전 부산 수영구의 한 주상복합건물 고층부 외벽에 욱일기 두 개가 나란히 내걸렸다. 외벽에 내걸린 욱일기는 이날 오후 늦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주변을 오가던 시민들은 현충일에 게양된 욱일기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수영구에 거주하는 주민 김 모(38) 씨는 “현충일에 욱일기라니 선을 넘었다. 제재할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NS에도 욱일기 게양 사진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전국에서 비난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댓글 등에서 “너무 충격적이다”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매국노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욱일기는 일본이 1870년 육군 깃발, 1899년 해군 깃발로 삼았던 것으로 일본은 욱일기를 앞세워 1905년 러일전쟁, 1910년 대한제국 병탄,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욱일기가 ‘전범기’로 규정되는 이유다.
이 건물에는 일장기도 수차례 내걸린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에는 지난달 중순에도 일장기가 여러 차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 18일에도 해당 아파트에서 일장기를 내걸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에는 욱일기를 내려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사무소는 내부 방송 등을 통해 욱일기를 내려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입주자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강제할 수 없어 관리사무소를 통해 내리도록 하는 등 자진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며 “전화도 안 받고 방문해도 입주자가 문을 안 열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삼일절에는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 일장기가 게양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의 지속적인 항의와 세종시, 경찰의 요청으로 결국 일장기를 내렸지만 한국의 독립을 선언한 삼일절에 일본 국기를 내걸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세종시에서는 ‘세종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 제한 조례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세종시장이 일제 상징물을 사용하는 공공기관과 단체에 시정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사용을 제한하거나 철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