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고층 아파트 심의, 업자 편만 들다 끝났다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 심의
건설 기정사실화한 채 논의 집중
개발 행위 문제 거론 거의 없어
위원도 개발론자 위주로 구성
이기대 천혜 절경이 아이에스동서(주)가 추진하는 고층 아파트에 사실상 가려지는 데 대한 비난 여론(부산일보 4월 8일자 11면 등 보도)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아파트 건설 허가에 결정적인 절차인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심의가 철저하게 건설사 이익에 맞춰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심의는 부동산업계 전문가나 건축 관련 교수 등 개발론자 중심으로 이뤄졌고 결론 역시 부산시가 애초 정한 방향대로 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식물 심의’였다는 비난이 나온다.
〈부산일보〉가 2024년 제2회 주택사업공동위원회 회의록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 남구 용호동 973 일원에 추진 중인 아이에스동서 자회사 (주)엠엘씨의 신축 주택 건축 계획과 관련, 당시 심의에서 개발 행위 자체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시피했다. 위원회는 이날 건축과 교통, 개발행위에 대한 안건을 모두 통합해 단 1차례 회의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실제 심의에서는 어처구니 없게도 아파트 건설을 기정사실화한 채 설비, 소방, 교통 부문만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심의 시작부터 위원장인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 지능형 건축물, 녹색건축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들 조건은 모두 해당 계획 용적률 완화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이견도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 개발 행위 분야 언급으로는 ‘1층 보행 부분에서 항만 재개발과 호흡을 맞출 수 있게 해 달라’는 언급이 있었다. 당시 사업자는 ‘상업시설과 부대 복리시설, 문화시설을 지상 1~2층에 배치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통상 아파트 구조와 유사하게 짓겠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없었다. 실제 조감도와 배치도를 봐도, 1~2층은 길가에 연결된 일반적인 연도형 상가로 구성됐다. 이기대와 통하는 공공보행통로도 보이지 않는다.
사업자 측이 ‘건물 3개 동 배치를 바다 쪽부터 31층, 29층, 28층으로 돼 있는 것을 28층, 29층, 31층으로 지어 스카이라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내용도 담겼다.
이 역시 시민을 기만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사업자 측은 ‘급격한 경사지와 편토압 때문에 땅을 최대한 적게 파야 하고 일조도 확보해야 해 공교롭게 그렇게 계획했다’고 해명했다. 용적률을 최대치로 올려 아파트를 짓기에 부적합한 좁은 부지임을 사업자도 인정하는 셈이다.
한 심의 위원은 “법 테두리 내에서 민간업자가 개발하겠다는데 못하게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심의 위원으로 활동한 한 전문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찾는 게 아니라 법적 테두리 안에서 더 나은 안이 있는지 찾아보는 역할을 하는 게 심의위”라고 꼬집었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공무원들에게 없는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심의위가 있는데 지금은 허수아비 기능을 하며 공무원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만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