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 4명 구출 위해 가자에 포격… 국제 비난 쏟아져
8일 가자지구서 인질 구출 작전
팔레스타인 민간인 236명 사망
하마스 “끔찍한 학살” 거센 비난
네타냐후 “테러에는 굴복 안 해”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하마스에 잡혀갔던 인질 중 4명을 245일 만에 구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수백 명 발생해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께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등에 있는 하마스 은신처에서 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인질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밝혔다. 구출된 인질은 노아 아르가마니(25), 알모그 메이르 잔(21), 안드레이 코즈로프(27)와 샬로미 지브(40)이다. 모두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집단농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했다가 납치된 인질이다. 이스라엘군은 “아르가마니는 한 장소에서 특수부대에 의해 구출됐고, 나머지 3명은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며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지상과 공중에서 위협사격을 가하면서 그들을 구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현지 방송은 여성 인질인 아르가마니가 아버지와 재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방영했다. 피랍 당시 그녀는 하마스 대원들에 의해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워진 채 오열하는 모습이 공개됐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병원을 직접 방문해 풀려난 인질들을 부둥켜 안고 축하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3000여 명의 무장대원을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1200여 명을 학살하고 250여 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 가운데 100여 명은 지난해 11월 7일간의 일시 휴전 당시 풀려났다.
그러나 130여 명은 휴전 협상이 겉돌면서 풀려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최소 40명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의 납치 과정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에서도 대량의 민간인 희생이 이어졌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당국은 이날 구출 작전 도중에 최소 236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작전 지역에서는 격렬한 포격과 공습이 목격됐다. 당시 누세이라트에서 물건을 사던 한 주민은 “엄청난 폭격이 있었다”며 “10분도 안 돼 150발의 로켓이 떨어진 것 같았고 우리가 도망치는 동안 시장에 더 많은 로켓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 어린이들도 숨진 상황을 전하며 “생지옥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문명과 인류의 가치가 결여된 잔혹한 범죄”라며 “무고한 민간인에 대해 끔찍한 학살을 저질렀다”고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비린내는 학살”로 규정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이스라엘군도 하마스의 공격을 받는 특수부대를 보호하기 위해 공습과 포격을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했다는 항변을 이번 작전에서도 되풀이하며 민간인 살상 논란을 외면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자국군이 인질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민간인 지역으로 진입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100명 미만의 팔레스타인 사상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 가운데 테러범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풀려난 인질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미래에도 이와 같은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모든 인질을 구출하는 임무를 마칠 때까지 느슨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인질 구출 작전에 대해 “이스라엘은 테러리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성과이자 증거라고 자평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