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사법 단죄에 이의 제기, 가해자 신상 공개 응원하는 세태
‘밀양 성폭행’ 사적 제재 논란
유튜브 영상에 2차 피해도 발생
소년부 송치 가해자 전과는 전무
여론은 되레 신상 공개에 호의적
20년 세월을 건너 재소환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폭로전이 확산하고 있다. 이달 초 한 유튜브 채널이 가해자들의 신상을 여과 없이 일반에 공개한 뒤 벌어지는 일이다. 소위 ‘공개 처형’된 이들은 직장을 잃는 등 사회적으로 맹비난받고 있다.
9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는 동영상 3편이 게재돼 있다. 이 영상은 ‘밀양 사건 주동자·옹호자’라는 내용으로, 3명을 특정해 얼굴·이름·직업 등 개인 신상을 공개한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조회수는 각각 69만, 65만, 9만 회를 넘겼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자랑스러운 경찰’이라는 제목으로 경남경찰청 소속 한 여경을 지목해 ‘이 사건 옹호자’라 칭한다. 여경의 개명 사실과 근무지, 아들·딸의 나이 등을 밝히며 “여러분들이 내는 세금으로 아직 잘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이에 ‘가해자 까발리는 거 감사합니다’ ‘안 밝혀진 것들 빨리빨리 털어’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남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지난 4일부터 해당 여경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200개 넘게 올라왔다. 경찰 관계자는 “사법 처리가 끝난 수십 년 전 일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있진 않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8일 전날 공개된 ‘맛집 소개’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밀양 한 식당을 거론하며 ‘밀양 사건 주동자’가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식당 상호와 주소도 공개하며 “나는 가게를 한 번 홍보해 준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 식당은 곧바로 폐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7일에는 밀양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신상을 파헤쳤다. 직원의 직책과 자녀 여부, 군 출신으로서 불명예 전역한 과거 등을 모두 들춰냈다. ‘나락’ 채널은 지난 1일부터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2004년 밀양 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 1명을 꾀어내 1년간 성폭행한 사건으로, 이들 중 10명만 기소됐으나 이마저 소년부로 넘겨져 단 한 명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았다.
앞서 다른 가해자 3명의 신상도 공개했지만, 피해자 측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영상을 삭제했다가 다시 게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친척이 운영하던 경북 청도 한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경남 한 수입차 판매장에서 근무하던 남성은 해고되기도 했다. 한 여성을 가해자 여자 친구라고 잘못 공개했다가 “당사자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요청한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창원대 류병관 법학과 교수는 “사건이 자꾸 이슈화되면 결국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생긴다. 사회 정의 구현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유사 사례가 계속 생길 수 있으니, 영리를 목적으로 한 명예훼손 범행 시 더욱 엄한 처벌을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대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