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판로 다 막힐라”… 파프리카 가격 급등에 수출 ‘뚝’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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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격 1년새 1200원 올라
재배 원가도 상승, 경쟁력 하락
수출 비중 5년 사이 15% 급감
“가격 급락 땐 어쩌나” 대책 분주

파프리카 농사에 필요한 기름값과 인건비 등 재배 원가가 급증하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진주 파프리카 재배 농가의 모습. 파프리카 농사에 필요한 기름값과 인건비 등 재배 원가가 급증하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진주 파프리카 재배 농가의 모습.

우리나라 대표 수출 농산물 가운데 하나인 파프리카 수출량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격이 오르며 해외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이기 때문인데 경남 진주시를 비롯한 파프리카 주요 수출 도시들은 비상이 걸렸다.

9일 경남 진주시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파프리카는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신선농산물 수출 1~2위를 다투는 수출 효자 품목이다. 특히 2019년 기준 전체 파프리카 수출량 가운데 진주시의 비중은 9.9%, 경남도는 50%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파프리카 수출 전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5년 연속 수출량이 감소했다. 국내 파프리카 수출량은 2019년 3만 5325t에서 2020년 3만 274t, 2021년 2만 7432t, 2022년 2만 6789t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2023년 수출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2만 1700t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생산량 대비 수출량을 나타내는 ‘수출 비중’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9년 국내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 중 43.7%가 수출됐는데, 2021년 33.8%, 지난해에는 28.0%로 감소했다. 불과 5년 사이 15.7%나 떨어졌다.

진주시와 경남도 역시 이 같은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9년 각각 3.5t, 17.7t의 수출량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6t, 10t 규모로 급감했다.

이처럼 수출량이 줄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파프리카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이 꼽힌다. 파프리카는 주로 대규모 온실 재배로 생산되는데 기름값과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솟구치면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시설하우스 내 기온을 20도 정도로 유지해야 하다 보니 농가들 사이에선 본전 찾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피망과 토마토 등으로 작목을 전환한 농가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이상 기후까지 겹치면서 국내 파프리카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실제 지난해 5월 1kg당 6000원 대 초반이었던 파프리카 가격은 올해 5월에 7225원까지 상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파프리카는 거의 대부분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2021년 기준 수출 비중은 99.5%에 달하며, 그 외 싱가포르와 홍콩, 캐나다, 중국으로 소량 수출된다. 실제 최근 한국산 파프리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한국산 취급 바이어의 수입과 현지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수출 시장 개척은 많은 시간과 노력, 예산이 들지만 한 번 잃으면 다시 만회가 어렵다. 일본 역시 국내 수출이 주춤한 사이 자국 파프리카 생산량이 늘고 있으며, 비교적 저렴한 뉴질랜드와 네덜란드산이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유승희 aT 농임산수출부 과장은 “향후 국내 파프리카가 풍작을 이루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는데, 수출 경로가 막히면 대응이 쉽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파프리카 주요 수출 도시나 관계 기관 등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실정이다. 진주시는 최근 ‘중국 상하이 식품전시회’에서 파프리카를 집중 홍보하기도 했다. aT 역시 수출시장 다변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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