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피서객 위협 해파리, 역대 가장 이른 주의보
지난달 27일 남해안에 첫 특보
해운대·서구 유입 방지막 설치
사하·영도구는 선박 이용 제거
기장군 수매 사업 등 대응 나서
지난 9월 부산 기장군 신암마을의 한 어선, 어민들이 제철 생선 전어, 뱅어, 금태를 기대하고 그물을 건져 올렸다. 펼쳐본 그물에는 묵직한 해파리뿐이었다. 그물 아랫부분은 200kg에 육박하는 해파리 무게에 찢겼다. 기껏 잡혔던 물고기가 도로 바다로 쏟아졌다. 7~8월에는 물컹한 해파리 불순물로 어구가 상해 어업을 못 하고, 9월에 겨우 재개한 어업에 나가면 그사이 단단해진 해파리 무게에 그물이 찢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여름철 해파리로 어민들이 조업을 접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천대원 신암어촌계장은 “매년 수온이 올라가면 해파리 양이 늘어나는 데다 10월이면 사라졌던 해파리가 11월까지 나와 골칫거리다”며 “해파리 때문에 어획량이 줄고 해녀들도 해파리에 쏘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부산 해수욕장 본격 개장을 앞두고 부산시가 해파리 출몰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작년보다 많은 해파리 유입이 전망되는 가운데 부산은 지자체별 특성에 맞는 대책을 세워 대응에 나선다.
9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4년 해파리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보면 해파리가 예년보다 고밀도로 출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온이 지난해보다 1도가량 높아 해파리 주의 단계 특보가 예년에 비해 빨리 발령됐다.
지난달 27일 전남과 경남 등 남해안 일대에는 올해 첫 해파리 주의 단계 특보가 내려졌다. 초·중 약독성 해파리인 보름달물해파리 주의보(100㎡당 5마리)다. 강독성인 노무라입깃해파리도 1ha당 90개체로 고밀도 출현이 확인돼 이달 말 남해 연안과 서해남부 연안의 주의보 발령이 전망됐다. 이번에 경남과 전남 남해안에 내려진 해파리주의보는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발령된 경보다.
어업과 피서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해파리는 해마다 더 일찍, 더 많이 출현하는 추세다. 높은 온도를 좋아하는 해파리는 높아지는 수온을 따라 바닷가 연안으로 올라오는데, 연일 바닷가 수온이 높아지면서 출현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파리 주식인 플랑크톤도 늘어나면서 해파리의 번식도 빨라지고 있다.
해파리 습격에 부산시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부산에는 2010년 이후 ‘주의’ 이상의 해파리 특보가 지속적으로 발령됐다. 부산시는 올해도 긴장하고 있다. 부산 지역 어업인들과 피서객들 역시 해파리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파리 쏘임 피해는 매년 늘고 있다. 부산 7개 해수욕장에서 접수된 해파리 피해 신고는 2019년 109건, 2020년 680건으로 급증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피서객이 찾지 않은 2021년 228건으로 잠시 줄었다. 하지만 2022년에 742건까지 올라갔고, 지난해 452건을 기록했다.
어업 피해도 심각하다. 최대 200kg에 육박하는 해파리가 그물에 걸리면 그물이 찢어지고, 해파리가 그물코를 막거나 불순물을 묻혀 작은 물고기들이 그물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돼 어획량이 줄어든다. 그물 안에서 해파리 떼에 물고기가 눌리면 폐사되거나 손상돼 상품성에도 영향이 크다.
지속적인 해파리 피해에 부산시도 선제적으로 해파리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해수욕장이 위치한 서구와 해운대구에는 해수욕장 정식 개장 일정에 맞춰 해파리 유입 방지막이 설치된다. 해파리주의보가 발령되면 사하구와 영도구는 해파리 제거 그물을 부착한 선박을 이용해 제거하고, 기장군에서는 어업인들이 조업 과정에서 잡은 해파리를 지자체가 사들이는 수매 사업으로 해파리를 거둬들일 계획이다.
부산시 해양수도정책과 관계자는 “여름철 해파리로 인한 어업과 피서객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체계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