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남강생태습지원 대나무숲 죽순 무단 채취에 몸살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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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6월 사이 죽순 도둑 기승
야간·새벽에 채취…단속도 어려워
시, 숲 관리 방안 마련…단속 강화도

경남 진주시 남강생태습지원에 있는 대나무숲. 대나무 아래쪽으로 베어진 대나무 부산물들이 방치돼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남강생태습지원에 있는 대나무숲. 대나무 아래쪽으로 베어진 대나무 부산물들이 방치돼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남강생태습지원에 있는 대나무숲이 관리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죽순 무단 채취는 물론, 다 자란 대나무도 일부 베어진 채 방치돼 있다.

11일 진주시와 생태습지원 이용객 등에 따르면 최근 습지원 입구에 있는 대나무숲에서 적잖은 죽순이 무단 채취됐다. 바닥에는 죽순을 감싸고 있던 잎들이 무성하게 버려져 있다.

죽순은 영양소가 풍부한 건강 식재료다. 비타민 B와 미네랄, 식이섬유 등이 풍부해 심장 건강 증진과 면역 체계 강화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다이어트와 변비, 염분 배출, 혈압 조절 등의 효능이 있어 무단 채취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습지원도 해마다 죽순 무단 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죽순이 자라나는 4~6월이 되면 이른바 ‘죽순 도둑’이 나타나고 있지만 습지원이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해 있고, 주로 이른 새벽이나 밤에 채취를 하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둔치에 식재돼 있는 대나무나 죽순을 무단 채취하면 하천법 제95조 제5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거의 없다.

대나무숲 바닥에 버려진 죽순 껍질. 습지원이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해 있고, 주로 이른 새벽이나 밤에 채취를 하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다. 김현우 기자 대나무숲 바닥에 버려진 죽순 껍질. 습지원이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해 있고, 주로 이른 새벽이나 밤에 채취를 하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다. 김현우 기자

한 주민은 “일주일에 2~3번씩 습지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가끔 새벽에 아무렇지 않게 죽순을 캐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 신고를 해야할 지 몰라서 그냥 넘어갔는데 해마다 반복되고 있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죽순 도둑 뿐만이 아니다.

남강생태습지원은 진주시 평거동 남강변에 1만 9870㎡ 규모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갯버들을 비롯한 수생식물과 초화류, 관찰마루, 경관석 등이 갖춰져 있다. 친자연형 공간으로 조성된 만큼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형태인데, 그러다 보니 대나무숲처럼 관리를 해야하는 공간조차 방치되는 경우가 생겼다.

실제 습지원 대나무숲에는 고사한 대나무도 상당수 있는 데다, 특히 잘라낸 대나무 부산물을 대나무 사이사이에 넣고 방치해 미관상으로도 상당히 보기 좋지 않은 상태다.

바닥에는 죽은 대나무와 죽순 등이 혼재돼 버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바닥에는 죽은 대나무와 죽순 등이 혼재돼 버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강철기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은 “대나무숲은 기본적으로 죽순을 캐기 쉽고 대나무 자체도 많이 베어가는 편이라 관리가 필요하다. 숲이 시각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생태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행정력이 미치기 힘든 곳이기 때문에 관리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주시도 현장을 확인한 뒤 습지원 대나무숲 관리 필요성을 인정했다. 죽순 무단 채취 방지를 위한 현수막을 걸고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고사목이 일부 보였고 대나무를 벤 부산물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 고사목을 정리하고 부산물도 모두 수거할 계획이다. 대나무가 밀집돼 있는 부분도 절 관리해서 건강한 대나무숲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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